경제·금융

"아이 키우듯 벤처 양육해요"

남성천하 도전한 여성 투자심사역기업의 현재상황과 발전가능성을 평가해 자금을 투자하고 이를 회수하는 금융전문가를 투자심사역이라 한다. 벤처를 양육하고 성장시켜 기업을 공개해 투자한 금액을 회수하는 투자심사는 종합예술에 비유되기도 한다. 철저한 성과위주로 자신의 실적을 평가받는 냉혹한 프로들만의 세계가 바로 투자심사역이다. 기업에 대한 평가부문에서 아직 여성 투자심사역을 꺼리는 기업들이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더 이상 남성들만의 고유영역은 아니다. 2년전까지만 해도 1~2명에 불과했던 여성투자심사역들이 최근들어 크게 늘어나면서 남성들만의 세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재 활동하는 여성 투자심사역들은 약 30명 정도. 아직 전체의 10%를 넘지 못하고 있지만 90년말까지만 해도 이 분야에는 남성천하였다. 이들은 '캐털리스트'라는 여성투자심사역 모임도 운영하는 등 전문가로서의 자질을 쌓아가고 있다. 이들이 숫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벤처 열풍이 불어닥친 2~3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성중심의 기업문화가 지배적이던 제조업체가 아닌 젊은 벤처 창업이 늘면서 여성 심사역의 꼼꼼함과 성실한 투자자문이 고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여성심사역 중 선배격인 송명희(35) ㈜아주기술투자 팀장은 첫 직장을 투자자문회사에서 시작한 베테랑 심사역이다. 그는 지난 93년 KTB네트워크 국제부에 입사해 외신동향 파악을 시작으로 투자심사역의 길을 꿈꿔왔다. 그는 "당시에는 여자를 투자심사역으로 채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그는 투자심사역을 꿈꾸는 대학 후배들의 e메일을 자주 접한다. 그는 "투자심사역은 처음부터 전문가가 될 수 없다"며 "다양한 일을 처리해야 하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유연한 사고와 활동적이면서도 순발력이 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을 갓 졸업하고 처음 일을 배우는 시기라면 작은 규모의 투자자문회사보다는 조직이 큰 회사에 입사할 것을 권한다. 그는 또 "20년은 일 해야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분야가 투자심사역"이라며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뛰어들면 남녀 상관없이 한번 해 볼 만한 분야"라고 말했다. 김선희(29) 와이비파트너스 심사역은 "투자심사역은 전문가(specialist)인 동시에 폭넓은 지식을 필요로 하는 다재 다능한 사람(generalist)이 돼야 한다" 며 "기업경영과 관련돼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냉철함과 판단력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한 회사가 부도가 났다는 전화를 받으면서, 동시에 투자상담을 해야 하는 피말리는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강심장이 필요한 분야가 바로 투자심사역이다. 투자상담역은 기업을 키우는 역할도 한다. 이원화(36) 세화기술투자 팀장은 "기업을 평가하고 필요한 양분을 공급해 주는 투자심사는 아이를 키우는 일과 같다" 며 "투자한 회사가 성장해 성공적으로 기업공개(IPO)를 마치고 투자한 금액을 회수할 때 일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여성 투자심사역들의 눈에 비친 여성 CEO들은 어떤 모습일까. 이들은 여성 CEO들을 평가하기에는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굳이 지적하라면 여성 CEO들이 좀 더 자신감을 갖고 투자상담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명희 팀장은 "때로는 기술력도 있고 실력도 있지만 남자 CEO를 내세우는 기업도 있다" 며 "투자자들은 오히려 여성 CEO들의 능력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여자가 남자보다 사업을 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한 기업을 대표하는 여성들에게 더 호의적이라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또한 여성 기업인들이 남성들에 비해 보수적인 기업경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여성들을 선호하는 창투사가 있다고 이들은 귀띔한다. 이원화팀장은 "투자자들이 보는 CEO의 자질은 실력과 비전 그리고 자신감"이라며 "이제 여성 CEO들이 투자자 앞에 당당하게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장선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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