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판사' 492명 실명 공개
과거사委, 판결분석 자료도…현직 법관 반발 클듯
김홍길 기자 whaty@sedc.co.kr
이혜진 기자 hasim@sed.co.kr
과거 유신시절 긴급조치 위반사건 재판에 관여했던 판사의 실명과 이들의 판결분석 자료가 공개됐다. 31일 실명이 공개된 판사 492명 중에는 10여명이 현직 대법관과 헌재 재판관 등 고위직을 역임하고 있고 대법원장, 헌재 소장, 대법관 29명 등 전직 지법원장 이상 고위법관을 지낸 판사도 100여명가량 포함돼 있어 이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는 이날 오후 유신시절 당시 긴급조치 위반사건 재판에 관여한 판사 실명이 포함된 '2006년 하반기 조사보고서'를 공개했다. 특히 과거사위는 유신시절 긴급조치 위반혐의로 기소된 1심ㆍ항소ㆍ상고심 판결 1,412건을 분석한 '긴급조치 위반사건 판결분석 보고서'의 별첨자료 '긴급조치 위반 사건별 판결내용'도 함께 공개했다. 별첨자료에는 긴급조치 위반사건별로 발생일자, 사건번호, 적용사항 피고인 성명 및 직업, 형량, 판결요지, 재판관 실명 등의 순으로 정리돼 있다.
당사자로 거론된 현직 고위 법관들은 대부분 입을 다물었지만 내심 시대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채 여론재판식으로 문제가 증폭되는 데는 못마땅하다는 반응이다.
김진기 대구고법원장은 "당시 판결문에 이름이 올랐다는 사실만 가지고 전부 다 나쁜 사람으로 매도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그러나 보고서에 올라 있는 법관들은 '유신판사'라는 강한 비난여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고 현직 법관의 경우 향후 거취에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사법부의 자성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긍정 반응과 함께 사법 불신을 더 증폭시킬 수 있다는 부정적 의견도 만만찮다.
대법원은 '과거사위'의 긴급조치 판결 판사의 실명공개에 관한 보도참조자료를 통해 "개별 판결의 잘잘못을 따지는 재심과 같은 방식으로 해결되기는 어렵고 입법을 통한 해결과 같은 포괄적인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측은 그러나 "현직에 남아 있는 몇 명의 법관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미래지향적인 과거사 정리를 이룩할 수 없을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입력시간 : 2007/01/31 16: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