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세상] "놀지않고 일에만 매달리면 성공 못한다"

■ 플레이, 즐거움의 발견 / 스튜어트 브라운ㆍ크리스토퍼 본 지음, 흐름출판 펴냄


시험을 앞두고 교과서 내용을 암기하지 못해 쩔쩔매던 아이가 아이돌 그룹에 관한 얘기가 나오자 눈을 반짝이며 소녀시대 9명부터 슈퍼주니어 13명까지의 이름과 인적사항을 줄줄 왼다. 아이의 머리를 번뜩이게 한 것은 다름아닌 놀이개념과 즐거움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놀이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인류 문명을 이끈 원동력이다. 역사학자 요한 하위징아가 인간을 즐거움을 추구하고 놀이하는 존재 '호모 루덴스'로 정의했듯, 놀이는 모든 문화의 기원에 녹아있고 본능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미국의 놀이 행동 연구자인 저자들은 책을 통해 "놀이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이며 인간의 뇌가 제대로 돌아가도록 하는 힘"이라는 전제에서 시작해 '놀이의 거의 모든 것'을 풀이한다. 동물들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아서 노는 것처럼 인간도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놀며 자라난다. 놀이를 하면 뇌신경 회로의 생성과 원활한 작동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오래 전부터 수차례 발표된 바 있다. 본능인 '놀이'를 금지하고 통제할 경우 극단적인 결과가 생기기도 한다. 책에는 1966년 텍사스의 대학 캠퍼스에서 총을 난사해 수십 명을 살해한 찰리 휘트먼의 사례가 등장한다. 휘트먼의 부모는 어렸을 때 휘트먼이 밖에 나가 노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집에서 '유익한' 일만 하도록 강요했다. 지나친 통제로 억눌리며 자라난 휘트먼은 놀면서 배웠어야 할 감정 조절능력이나 대인 관계 유지력을 배우지 못했다. 놀이의 부재로 심리적 병을 얻었다는 것이 저자들의 해석이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놀이는 삶의 일부로 중요하게 작용한다. 드라마를 보고 소설을 읽고 스포츠를 즐기는 문화 행위도, 극한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 행위도 하나의 놀이다. 농담이나 잡담을 하는 것도, 이리저리 옷을 바꿔 가며 패션에 신경 쓰는 것도, 사랑에 빠지는 것도 어떤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하는 일이라기보다는 즐거움을 얻고 잘 살려고 하는 놀이다. 저자들은 "놀이를 하면 아이의 두뇌가 발달한다"라는 말로 놀이의 효용성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놀이는 삶을 아름답고 즐겁고 재미있게 한다"고 강조한다. 동시에 "쉬지 않고 놀지 않고 오로지 일에만 매달리는 사람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덧붙인다. 1만4,000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