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대변혁의 국제 금융시장] 국제시장에서 한국금융의 현주소

[대변혁의 국제 금융시장] 국제시장서 한국금융의 현주소 은행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정부와 경영진, 노조간 기싸움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12월 22일. 김상훈 국민은행장과 김정태 주택은행장이 전격적으로 합병을 발표했다. 두 은행장은 이날 "총자산 167조원으로 세계 60위권에 드는 초대형 우량은행으로 새출발 한다"고 선언했다. 선진 외국계은행들이 국내 금융시장을 급속히 잠식해 오고 있는 상황에서 우량은행이라고 현실에 안주할 수 없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과연 '은행랭킹'을 수십계단 끌어올렸다고 해서 우리 금융산업이 그만큼의 경쟁력을 확보한 것일까.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위상 역시 그만큼 올라갔을까. 대답은 비관적이다. 유럽과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은 물론이고 아시아 주요경쟁국에 비해서조차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객관적 지표는 양호한 편. 국가신용등급에서 우리나라는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사로부터 지난 10월 각각 'Aaa', 'AAA'수준으로 투자적격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금융경쟁력 수준은 여전히 최하위권이다. 스위스 국제경영연구원(IMD)이 발표한 2000년 국가 금융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45개국 중 34위를 기록했다. 싱가포르(10위), 홍콩(11위), 대만(26위), 말레이시아(29)등 경쟁국들은 이미 멀찌감치 앞서 있다. 금융당국의 현실 인식이 세계시장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는 한빛은행 중심의 정부주도 금융지주회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빛과 평화, 광주, 경남은행의 총자산(지난해 6월말 기준)을 합치면 1백4조로 세계 84위에 해당된다. 국민ㆍ주택 합병은행과 더불어 그토록 소원하던 세계 100위권 이내에 드는 초대형은행 두개를 탄생시키는 셈이다. 하지만 부실로 얼룩진 은행들을 한데 모아 묶은 이 금융지주회사에는 3조5,000억원에 달하는 공적자금(국민세금)이 들어간다. '부실은행 집합소'를 두고 덩치가 커졌다고 무슨 큰 성과라도 올린 것처럼 자랑하고 있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 금융기관이나 금융인들이 받고 있는 대접은 더 초라하다. 지난해 9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세계은행(IBRD)ㆍ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세계 거물급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이는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였다. 원래 이날 연설자로는 주최측의 초청을 받은 진념 재경부장관이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진 장관은 유가폭등에 주가폭락, 공적자금 투입문제 등 국내사정을 이유로 출국일자를 늦춰 전 총재가 이를 대신해야만 했다. 국제 금융계의 거물들에게 큰 결례를 범한 셈이다. 외국에서 금융관료나 금융기관장이 국내에 들어오면 장관들까지 호들갑을 떨며 얼굴을 마주 대하지만, 반대의 경우엔 푸대접을 받기 일쑤다. 한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초 은행장을 모시고 유럽에 갔다가 방문처로부터 사전약속이 없었다는 이유로 미팅을 거부당해 기관장 얼굴은 보지도 못한 채 겨우 국제담당 임원을 만나고 돌아온 적이 있다"며 "스케줄상의 차질문제도 있었지만 약자로서의 한계를 절감한 상징적 사건 "이라고 회고했다. 쏟아지는 질문들도 대부분 냉소적이다. "왜 아직도 관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느냐", "리스크관리 능력이 여전히 취약한데 대책은 있느냐", "숨겨놓은 부실이 많다고 하던데 재무제표를 과연 믿을 수 있느냐"등등. 외환은행 관계자는 "정부주도의 금융지주회사 편입을 검토했던 코메르츠방크가 통합의 중심축인 한빛은행에 노조위원장이 둘이란 소릴 듣곤 이상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더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것이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우리 현주소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