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이란 핵 시설을 대상으로 핵무기 공격 계획을 구상 중이라는 미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부시 대통령과 백악관은 이란 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언론 비판의 무마에 나섰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0일 이란 핵시설 공격계획에 대한 언론 보도에 대해이는 "거친 추측(wild speculation)"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존스 홉킨스대 연설에서 "저지의 독트린은 이란이 핵무기를 가지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라며 "워싱턴에서 저지가 무력을 뜻한다는 얘기가 있음을 알지만, 이 경우엔 어쨌든 외교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이란 공격계획에 대한 미국 언론의 잇따른 보도에 대해 이는"거친 추측"이라고 부시 대통령과 똑같은 표현을 쓴뒤, "우리는 이를 외교적인 방법으로 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그러나 "어떤 대통령도 대안을 테이블에서 제외시키진 않는다"고 말해 부시 대통령이 군사적 대안을 배제시키진 않았음을 감추지 않았다.
미 고위관리는 앞서 9일 뉴요커와 워싱턴포스트 등의 이란 공격 가능성 보도에 대해 "잘못된 정보에 근거한 것"이라면서 "조지 부시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인지하는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해결책을 찾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상적인 국방 및 정보 계획에 근거, 포괄적이고 명백한 결론을 도출해 내는 이들은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있으며 미 행정부의 이란에 대한 구상을 잘 모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의 이같은 말도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 가능성을 전면 부인한 것은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포스트는 9일 익명의 미 정부 관계자들과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해, 부시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강압적 외교(coercive diplomacy)'의 일환으로 이란에 대한 공습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의 이 보도는 전날 뉴요커지의 '대(對)이란 군사공격 계획 박차'보도를 확인하는 것이다.
뉴요커의 탐사보도 전문기자 세이모어 허시는 8일자 글에서, 미국이 이란 나탄즈의 원심분리기 공장을 파괴하기 위해 지하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B61-11과 같은 벙커-버스터 핵폭탄 등을 동원하는 대규모 핵공격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허시 기자는 특히 부시 대통령 등은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을 '잠재적 히틀러'로 보기 시작했다면서 "미국은 이미 이란 영토 안에 척후병력을 보내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CNN의 '레이트 에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예수를 구세주로 여기는'부시 대통령이 이란을 억제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으며, 백악관은 국방부측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공격 가능성을 열어두기를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앤서니 지니 전(前) 미군 중부사령관은 백악관측의 이란 공격 가능성에 대해 "이란에 대한 군사적 공격은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중동 일대 미군 기지와 석유 및 가스 시설 또는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공격 및 테러리즘을 초래할 것"이라면서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은 대단히 어려운 선택이라고 말했다.
또 미 국방부는 대 이란 군사공격의 제약점을 들어 군사공격안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 타임스도 9일 뉴요커 보도 내용을 상세히 소개했다. 그러나 "부정확한 정보가 들어 있다"는 등의 미 고위당국자들의 말과 군사공격이라는 선택방안의 실효성에 대한 군 최고지휘부와 전쟁기획가들의 부정적 반응도 함께 전함으로써 뉴요커 보도 내용에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한편 하미드 레자 아세피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주례 기자회견에서 "미국정부가 심리전을 벌이고 있다"면서 "우리는 우리의 핵 주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위협적 언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