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위대한 작가들의 뇌구조는 어떨까

'하이퍼그라피아' 번역·출간

작가들은 왜 글을 쓸까. 아마도 대부분 내부에 너무나 많은, 혹은 너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어서 그것을 밖으로 표출해내기 위해서가 아닐까. 개중에는 그저 직업이니까, 또는 명예나 돈에 이끌려 글을 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안톤 체호프는 솔직하게 말했다. "중요한 것은 아버지, 어머니와 밥을 먹어야한다는 것, 그리고 글을 쓰는 일이다"라고. 너대니얼 호손은 "의사나 목사, 변호사가 되고 싶지 않았다. 내게 남은 것은 작가뿐이었다"고, 대학생 때 권투선수였던 T.S 엘리엇은 "난 동작이 너무 느렸다. 시인이 되는 게 훨씬 쉬었다"고 고백했다.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이자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신경과 의사인 앨리스 플래허티는 '하이퍼그라피아-위대한 작가들의 창조적 열병'(휘슬러 펴냄ㆍ박영원 옮김)에서글쓰기의 동인(動因)을 뇌의 구조에서 찾고있어 흥미롭다. 저자가 특히 주목한 것은 '하이퍼그라피아'(글을 쓰고싶어 주체하지 못하는 욕구를 가리키는 의학용어)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저자도 이 '신성하고', '한밤중에 걸리는' 질병에 시달려 정신병원에 입원하기까지 했다.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는 너무 강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부서 간 회의를 하거나 실험을 해야 할 때, 또 친구와 같이 있을 때도 나는 글을 써야만 했다. 컴퓨터 자판이나 빈 종이를 보면 마약 중독자가 마약을 보고 얻는 것과 똑같은 쾌감을 느꼈다." 한 조사에 따르면 간질환자들에게 자신의 건강 상태를 묘사해 달라는 내용의 간단한 편지를 보내자 하이퍼그라피아를 앓지 않는 환자들의 답장은 평균 78개 단어로구성되어 있었다. 반면 하이퍼그라피아 의심 환자는 답장 속 단어 수가 평균 5천여개에 달했다. 인간 뇌의 일부인 측두엽의 간질은 하이퍼그라피아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조울증이나 실어증, 정신분열증도 하이퍼그라피아를 유발할 수 있다. 도스토옙스키, 루이스 캐럴, 구스타브 플로베르, 바이런, 모파상, 몰리에르, 단테 등은 측두엽 간질을 가졌던 대표적인 작가다. 하지만 글을 많이 쓴다고 해서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인터넷의 발달로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게 됐지만 대작(大作)은 나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저자는 그 해답을 창의성에서 찾으면서, 그렇다면 창의성은 어디에서 나오는가에 대해서도 탐구한다. 나아가 하이퍼그라피아의 반대 현상이라 할 수 있는 '작가의 블록 현상(Writer's Block)'에 대해서도 설명하면서 그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다. 383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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