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주택경기 활성화 쪽으로 부동산정책의 방향을 잡은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아마도 집값의 추가 폭락을 막아 중산층을 보호하고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지원에 따른 주택수요 확대를 통해 경기부양 효과를 거두자는 취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IMF 사태로 인한 소득감소 및 대량실업으로 주택 구매력이 현저히 떨어진데다 국내 집값수준이 소득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상황에서 이 같은 구상은 당초부터 아귀가 맞을 수 없었다. 오히려 금융자산으로 부(富)가 늘어난 일부계층의 불로소득 기회만 늘려주는 결과를 낳았다.
지금 정부는 또다시 부동산정책의 방향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여부다. 건설업계는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분양금 반환소송이 줄을 잇고 경영혁신으로 분양원가를 낮춘 업체들이 오히려 폭리를 취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나름대로 일리가 있어 보인다. 분양원가 공개로 마진이 줄어들 경우 지방에 아파트를 짓는 건설업체는 없을 것이라는 하소연 역시 근거가 없어 보이지 않는다. 수도권에서 이윤을 남겨 부산ㆍ광주 등 지방에서 보는 적자를 보전하는 업체들이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고민은 더욱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가뜩이나 내수경기 침체로 경제가 위태로운 판에 분양원가를 공개, 아파트 가격이 급락할 경우 담보대출을 해준 금융기관이 부실화하면서 IMF 사태에 이은 제2의 경제위기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터질 거품은 아무리 막으려해도 터지게 마련이다. 세계경제에는 지금 과잉생산 및 이에 따른 대량실업으로 디플레이션의 고착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디플레 시대에 자산가치는 하락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정보화사회의 도래는 부동산의 부가가치 창출력을 떨어뜨리며 소유 부동산을 처분해 노후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노령화사회 진입 역시 부동산 가격에는 역(逆)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내 집 마련을 위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금융비용을 쏟아붓는 한국적 상황이다. 주택구매를 위해 소득의 7할을 희생하고 3할로 어려운 생활을 꾸려가는 7대3(상징적 비중)의 삶은 질(質) 저하를 동반할 수 밖에 없다. 반면 부동산시장 안정으로 3대7의 삶이 가능한 국가의 국민은 ‘여유’라는 삶의 중요한 가치를 챙길 수 있다. 분양원가 공개에 수많은 사람들이 목을 매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