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2월17일] <1270> 스미스필드클럽


‘최대한 키워라.’ 19세기 영국에 소 키우기 경쟁이 붙었다. 품종이 우량하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 소는 부와 명예의 상징이었으니까. 목축업자뿐 아니라 귀족계급까지 소 사육 열풍에 끼어들고 화가들은 살찐 소를 화폭에 담았다. 품평회도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났다. 상을 탄 소는 부르는 게 값이었다. 수많은 품평회 중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 받은 것은 스미스필드클럽 품평회(Smithfield Club Show). 1799년 12월17일 설립된 목축협회 스미스필드클럽이 1800년부터 열기 시작한 가축쇼는 얼마 안 지나 왕족까지 참관하는 사회적 행사로 자리잡았다. 품평회에서 입상한 소들은 대부분 거대한 지방 때문에 스스로 일어서지 못할 만큼 비대했다. 무게 1,300㎏이 넘는 소도 잇따라 나왔다. 영국인들은 왜 큰 소에 열광했을까. 로마 시대 기록에도 남아 있을 만큼 전통적으로 육식을 선호했던 마당에 산업혁명으로 살기가 나아지면서 보다 맛있는 고기를 찾은 결과다. 지방이 끼면 낄수록 육질이 좋고 지방을 키우려면 무게를 늘려야 한다는 점이 경쟁을 부추긴 요인이다. 무게를 늘리려 소에게 풀 대신 옥수수 같은 곡식을 사료로 먹인 것도 이때부터다. 갈수록 늘어난 영국의 쇠고기 수요는 바다를 넘었다. 남북전쟁 이후 미국인들이 야생소(버펄로)와 인디언을 학살하고 서부대평원을 목장과 옥수수 밭으로 바꿔놓은 것도 영국에서 시작된 쇠고기 수요급증 탓이다. 문제는 영국의 습성이 미국에 옮겨지고 세계화 과정을 겪으며 ‘소가 사람을 밀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식량부족으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한편으로 세계 곡물 생산의 3분의1이 소를 비롯한 가축을 먹이기 위해 투입된다. 기름 낀 고기에 탐닉하는 행태는 과거지사일까. ‘소가 사람을 먹는다.’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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