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기는 상당한 친구예요.” 아주 좋은 수였다는 얘기였다. 백이 먼저 23의 자리에 두면 흑이 손을 빼기 거북한 곳이었는데 이창호가 그 수를, 그 엄청나게 큰 선수끝내기를 진작에 두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는 김성룡의 논평이었는데 나중에 그 얘기를 전해들은 이창호는 고개를 저었다. “흑은 무조건 손을 뺄 거예요. 탐나는 끝내기지만 백에겐 찬스가 없어요.” 백10으로 뛰었을 때 이창호가 초읽기에 몰렸다. 제한시간 1시간을 모두 소비한 것이다. 뤄시허는 25분쯤 소비한 상태. 상대가 초읽기에 몰리면 뤄시허는 더 급박한 초속기로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다. 노타임으로 흑11, 13을 두었다. “뤄시허가 시간공격에 쾌감을 느끼고 있지만 이건 망발이에요. 지금이 우하귀를 끊어먹고 버틸 찬스였어요. 중앙의 달건이(김성룡의 이 표현은 서봉수도 애용하는 것인데 건달을 말한 것임)들은 대충 수습하면 되니까요.” 흑이 우하귀를 15의 자리에 끊어 잡으면 백은 참고도1의 백1 이하 7로 공격하게 된다. 그러나 흑8로 틀을 잡으면 중앙은 중앙대로 정비되고 상변도 잡히지는 않는 형태라는 것. 이렇게 달건이들이 수습되고 나면 백도 장담 못하는 바둑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흑25로도 우하귀를 잡아놓고 버틸 수는 없었을까. 참고도2의 백1 이하 11이면 중앙 흑대마가 위험해서 안 된다는 것이 김성룡의 결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