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고] 리타워텍 사건을 바라보며

[기고] 리타워텍 사건을 바라보며 한국의 증권시장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문제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 문제의 근본원인은 주주들로부터 자본을 유치해 기업을 운영하는 주주자본주의의 기본 룰이 깨어지고 있다는 데에 있다. 최근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한국디지탈라인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또다른 벤처기업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고 한다. 어떤 유망한 한국계 미국인 사업가가 국내의 한 기업을 인수했다. 그리고 상호를 변경했다. 그런 뒤 해외에 있는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1조5,000억원이라는 거액을 조달하고 그것을 홍콩에 있는 계열회사를 통해 국내의 그 기업에 투자했다. 그리고 그 투자된 돈은 불과 3시간 만에 해외투자의 명목으로 다시 국외로 유출되었다. 남은 것은 껍데기 뿐인 외자유치와 해외투자뿐이다. 그동안 주가는 이러한 ‘외자유치’를 재료로 해 등락을 거듭하더니 한때 36만2,000원(액면가 500원)에 달하던 주가는 이제 1만6,150원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그 회사는 리타워텍이라는 회사로 밝혀졌다. 리타워텍측은 이러한 거래에 대해 주식스왑(stock swap)라는 첨단 기업인수기법을 사용했을 뿐이라고는 하지만 그러한 화려한 장식을 빼고 보면 남은 사실은 단순하다. 즉 외자유치가 되었다던 1조5,000억원은 리타워텍이라는 회사 내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1조5,000억원에 해당할 만한 자산도 리타워텍에는 없다. 냉정하게 보면 외자유치가 있기 전이나 있은 후에나 리타워텍에는 실질적인 자산증가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주가는 이러한 명목뿐인 자본거래로 인해 등락을 거듭했다. 이것이 문제의 본질인 것이다. 리타워텍의 대주주들은 처음부터 ‘실제 자금유입이 없는 외자유치’라는 거래의 실질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달콤한 언어에 속은 수많은 소액투자자들은 이러한 거래의 실질을 알 수 없었다. 아마 이러한 거래의 전모를 알았다면 과연 소액투자자들이 리타워텍의 주식을 높은 값에 샀을까. 결국 리타워텍의 주식에 대해 투자했던 소액투자자들은 많은 손해를 보았을 것이다. ‘첨단 기업인수기법’이 수많은 소액투자자들의 피해를 딛고 일어서야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에게는 해악이고 재앙일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거래가 일어나고 있는데도 우리나라 정부당국의 감시망이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산업자본화되는 외국자본이지 단기이익을 노린 ‘투기자본’이 아니다. 그런데 투자의 명목 하에 외화가 입·출금되면서 그것에 대해 감시망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큰 문제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일이 방치된다면 국내의 증시가 교란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가 국제 투기자본의 독무대가 될 수 밖에 없다. 정부당국은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외자본의 국내 유·출입에 대한 감시망을 정교하게 구축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해외자본의 유·출입이 국내 경제와 증시를 교란시키는 요인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절차적으로는 합법이라고 하더라도 그와 관련된 실질적인 위법은 없었는지 그리고 전체적으로 볼 때 이러한 자본거래가 소액투자자들을 기망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는지에 대해서도 금융감독원의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자본시장은 룰에 의해 움직여야만 한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 룰을 깨려고 한다면 거기에 대해서는 정부당국과 시장 모두로부터 엄정한 제재가 내려져야 한다. 룰이 깨지기 시작하면 자본시장도 없고 투자도 없다. 오직 투기와 혼란, 그리고 소액투자자들의 눈물만이 있을 뿐이다. /河昇秀<변호사>입력시간 2000/10/30 17:23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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