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주식열풍, 벤처투자로 연결을

얼마 전 코스피지수가 대망의 2,000 고지에 도달하고 코스닥지수도 840능선을 넘는 데 성공했으며 올해 최저점을 기준으로 할 때 코스피지수는 무려 50%, 코스닥지수 역시 48% 급상승한 것은 대단한 기록이었다. 물론 최근 며칠 사이 코스피지수가 급락했고 앞으로도 당분간 차익 실현을 노린 매도자와 투자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매입자간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하겠지만 주식시장의 장기전망은 쾌청하다. 이는 대한민국의 경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지난 80년대 이후 한국경제는 그전에 무리하게 추진했던 중화학공업화의 열매를 톡톡히 향유해 왔으나 정부의 각종 특혜 속에 성장한 대기업 중 상당수는 외환위기를 맞아 과잉차입과 중복 투자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도산했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이런 시련 속에서도 경영혁신과 기술개발에 사운을 걸고 매진해 최근 주식시장의 기록을 연일 경신하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블루칩 기업이 됐다. 그런데 이들 기업의 배후에는 고품질의 부품과 장비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한 수많은 중소 벤처기업들이 포진해 있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앞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고 나갈 이러한 벤처기업들은 어디까지 왔는가. 글로벌 시장에 투자하는 주요 벤처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벤처기업이란 독자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회사 가치가 1조원 이상 성장 가능한 업체를 지칭한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국내에는 아직까지 진정한 벤처기업은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벤처기업이 자라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벤처 붐이 인 적이 있다. 특히 2000년을 전후해 인터넷 붐을 바탕으로 수많은 국내 벤처기업들에 자금이 흘러 들어갔다. 그러나 벤처라는 용어답게 이들 기업은 대부분 실패했고 살아남은 기업조차 대기업과 수직적 결합을 통해 연명하기 급급했다. 다행히 최근 들어 대기업에 종속돼 있던 벤처기업들의 모습이 변하고 있다. 첫째, 과거 국내 대기업에 부품 및 장비를 납품하는 형태에서 해외의 유수기업으로 고객군을 늘려나가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국내에서 부품 및 장비를 납품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한편 외국 기업들과의 교류가 잦아지면서 해외에 제품을 팔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확보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둘째, 독자적 기술을 확보한 기업들이 점차 늘고 있다. 과거 생산과정에서의 응용 기술 대신 독자적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이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는 기업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세계적 벤처기업을 육성하려면 지금보다 더 활발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특히 유망 중소기업들이 기술개발을 완료하고 시장에 진입할 때까지 필요한 초기자금의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최근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 기준 상위기업들 중에는 2002년에 등록한 기업들이 많다. 이는 벤처 붐이 일었을 때 이뤄졌던 투자가 모두 허비된 것이 아니라 우량 기업들을 길러내는 초석이 됐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금 같이 적은 금액으로 단기위주로 자금을 운용하는 국내 벤처펀드로는 이러한 기업들에 투자하기 어렵다. 또한 정부에서 제공하는 정책자금 역시 기준이 까다롭고 규모도 크지 않아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외환위기 이후 강도 높게 추진된 금융개혁의 결과 이들 혁신 기술기업에 대한 금융중개기능은 크게 저하됐다. 이러한 시장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결국 산업은행ㆍ기업은행ㆍ신용보증기금ㆍ기술보증기금 등의 공적 금융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이들 공적 금융기관들은 기업의 기술력과 성장잠재력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노하우를 많이 축적해두고 있다. 이런 노하우들을 활용해 앞으로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이 될 혁신 기술기업들을 많이 발굴, 주식발행ㆍ신용대출ㆍ채권인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해 줘야 한다. 이렇게 투자한 벤처기업 중 하나라도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처럼 성공한다면 올해는 주식투자 열풍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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