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대 사재출자] 배경 과 득실

정부-명분 현대-실리 '윈-윈 게임'9일만에 일단락된 현대투신 사태는 정부는 명분을, 현대는 실리를 챙긴 「윈-윈 게임」이었다. 그동안 총수 사재 출자문제를 싸고 정부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였던 현대가 전격적으로 이를 수용한 것은 정부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는 대신 실속을 최대한 챙겨보자는 속셈에서 나온 것이다. 즉, 정부는 총수와 계열사가 책임졌다는 명분을 얻었으며 현대는 최소한의 사재출자를 통해 실리를 챙겼다는 관측이다. 이번 사태가 조기에 종결된 것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계열사 주가의 하락은 물론, 현대그룹 전 계열사와 오너에 예상치 못한 불똥이 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한몫했다. 아무튼 정부로서는 현대투신의 경영정상화에 현대 총수와 계열사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명분을 얻게 됐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현대가 담보를 내놓기는 했으나 현대투신이 이미 내놓은 경영정상화 방안을 관철시킨데다 정몽헌(鄭夢憲) 회장의 사재출자도 계열사 경영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의 사재출자와 담보제공 배경= 현대 수뇌부는 3일 오후부터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는 당초에는 사재출자 카드만을 꺼냈으나 정부측이 미흡하다는 반응을 보이자 4일 아침 1조7,000억원 상당의 담보 제공을 추가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에 현대로서도 더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내부거래 조사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여기에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 경협의 선두업체인 현대가 정부와 대결하는 인상을 주는 것은 결코 이롭지 못하다는 판단도 일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의 득실= 현대가 이번 사태에서 잃게 된 것은 정몽헌(鄭夢憲) 회장의 2개 비상장계열사 주식뿐이다. 현대측은 1,000억원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시가로는 260억원 안팎이다. 그러나 현대택배는 鄭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상선과 현대전자가 58%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유지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또 현대전자나 현대상선이 현대정보기술, 현대택배, 현대오토넷에 보유한 주식중 1조7,000억원을 담보로 제공한 것은 큰 부담이 없다는 지적이다. 현대투신의 경영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아 담보를 현물로 출자할 경우에도 현대측의 재산상 손실은 전혀 없다. 오히려 현대는 유동성 위기설을 불식시키고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냄에 따라 현대 전 계열사에 대한 주가 상승의 기회를 잡게 됐다. 주가 상승이 지속되면 현대정보기술, 현대택배, 현대오토넷 등의 코스닥 등록 일정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인철기자 MICHEL@SED.CO.KR 최인철기자MICHEL@SED.CO.KR 입력시간 2000/05/0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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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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