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내 학생모집에 나서고 있습니다. 때론 강의와 연구에 지장을 줄 정도이지만 학생이 있어야 강의도 이뤄지고 월급도 받을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불평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광주광역시에 소재한 모전문대에서 10년 넘게 재직한 K교수의 푸념이다. 실제 그는 올 1월부터 지금까지 광주와 전남 지역, 심지어 수도권 지역의 고등학교 수십군데를 방문, 고3 담임들을 만나 학생들을 자기가 재직 중인 학교에 보내줄 것을 읍소하고 다녔다.
“몇 년 전만 해도 4년제 대학의 입시가 끝난 후 학생모집에 나서도 충분했는데 인구가 줄고 대학 수가 늘어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해마다 연초가 되면 지역별로 교수들을 투입, 고3 담임들과 안면을 트고 학기 중에도 지속적으로 관리합니다. 학생모집이 영업사원의 고객관리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상황이 됐습니다.”
그는 이 과정에서 고등학교 교직원들에게 선물공세와 식사대접 등이 필수여서 학교에서 받은 홍보비는 물론 사비까지 털어넣는 일이 비일비재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모집이 안되면 심한 경우 폐과가 되고 교수들도 전과를 하거나 학교에서 쫓겨나가는 게 현실이고 보니 학생모집이 대학에 재직 중인 일원들에게는 지상 최대의 목표가 됐다는 것이다.
대학 신입생 모집 시즌이 다가오면서 지방 대학마다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교수들의 사활을 건 세일즈가 한창이다.
대학 교직원들이 일대일 형식으로 학생모집에 나서는 반면 대학들은 다른 대학보다 좀더 다양하고 특이한 조건을 내걸고 수험생의 눈길을 유혹하고 있다.
축제 성격을 겸비한 이벤트형 입시설명회는 기본이고 다양한 장학금제도와 해외연수를 홍보하거나 심지어 졸업 후 창업자금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힌 대학도 있다.
대전 목원대는 입시설명회에 한국음악과 재학생들로 구성된 사물놀이팀의 공연과 스포츠산업과학부 재학생들의 댄스스포츠 시범 등의 프로그램을 넣어 축제의 장으로 만들면서 신입생 유치에 나섰다. 또 부경대는 호주의 그리피스대ㆍ남호주대ㆍ시드니공과대ㆍ머쿼리대와 일본 돗토리대학 등과 학술교류 협정을 체결하고 대학간 상호 학점 인정,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해 부경대와 외국 대학에서 두 개의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점을 알리고 있다.
광주대는 학생들의 졸업 후 진로를 책임지는 ‘취업ㆍ창업 프로그램’을 적극 알리고 있다. 광주대 학생을 채용할 경우 6개월 동안 급여의 50%를 지원해주는 취업지원제도와 특정 과목 이수 후 아이디어를 제출할 경우 창업자금을 지원해는 제도를 설명해 학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전략이다.
조선대는 지난해 처음 도입한 ‘교수요원 육성 장학생’제도를 무기 삼아 우수학생 유치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