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포항 요양원 불…10명 사망·17명 부상

화재경보기ㆍ스프링클러 없고 거동 불편한 노인들 많아 피해 커 12일 새벽 4시께 불이 나 입원 중이던 노인 10명이 숨지고 17명이 부상한 경북 포항 남구 인덕동 인덕노인요양센터 화재사고의 원인이 전기합선에 의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노인요양센터는 여성전용으로 2층 건물 396㎡ 가운데 1층 사무실 16.5㎡를 태우고 30분만에 진화됐으나 거동이 불편한 80~90대 고령 환자 27명이 짙은 연기에 질식해 화를 당했다. 화재는 요양원 1층에서 숙직하던 안전관리자 최선자(63ㆍ여)씨가 처음 발견했다. 최씨는 “잠을 자던 중 오전 4시께 1층 사무실 책상 위 배전판에서 번쩍번쩍하는 불빛이 보여 센터 옆의 포스코기술연구소 경비실과 인근 인덕빌라 경비실에 연락했다”고 말했다. 불은 사무실에만 났고 방으로는 번지지 않았으나 시커먼 연기가 병원 전체로 퍼져 사상자가 늘었다. 1층 입원 노인 중 유일하게 화마를 피한 김송이(88) 할머니는 “잠이 안와서 침대에서 설잠을 자고 있었는데 목이 따가워서 아줌마를 불렀더니 아줌마가 불이 났다고 소리치며 나를 밖으로 끌어냈다”고 당시 순간을 설명했다. 요양센터에는 화재경보기나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소방법에서는 400㎡ 이상의 건물에 대해서만 화재경보기를 설치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정기점검과는 별도로 ‘소방실태 특별점검’ 대상에 포함됐지만 ‘이상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화기와 유도등, 가스누설경보기 등만 점검 대상에 포함됐다. 소방서 관계자는 “1층 화재 현장에 진입해 확인해보니 노인 사망자 대부분이 침대 등에 그대로 누워있었다”며 “상당수가 치매 등 거동이 불편한 경우가 많아 탈출 자체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포항시는 인덕동사무소에 비상대책상황실과 유가족실을 별도로 마련해 상황 수습에 나섰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관용 경북지사, 박승호 포항시장이 현장을 방문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화재로 사망한 고 권봉순(95ㆍ여)씨의 며느리 김갑순(58ㆍ여ㆍ가명)씨는 “30년간 모시다가 가정 형편 상 지난해부터 요양원에 모셨는데 이렇게 황망히 가실 줄은 몰랐다”며 “허리와 다리 쪽이 불편했지만 항상 건강하셨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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