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사표도 전략이다

얼마 전 한 증권사에서 비용 효율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희망퇴직을 실시해 부장ㆍ차장급 총 226명이 명예퇴직했다고 한다. 명예퇴직은 지난 90년대 들어 국내 기업의 불황 극복을 위한 자구책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 제도는 원래 고용인의 자발적인 의사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경기 부진에 따른 인원감축의 수단으로 시행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자발성을 띠면서도 사실상 강제성이 부여돼 정리해고와 같은 형태로 진행되는 경향이 짙다. 처음에 대기업 중심으로 시행되던 이 제도는 점차 중소기업으로 확산됐고 외환위기(IMF) 이후에는 ‘철밥통’이라던 은행권에서도 시행됐다. 이러한 추세는 사상 최고의 실업률을 낳았고 삼팔선(38세 퇴출), 사오정(45세 정년) 등과 같은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문화에 많은 변화가 왔다. 직원 입장에서는 고용불안으로 직장에 대한 충성도가 낮아지고 구조조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기계발에 힘쓰게 됐다. 기업에서는 즉각 성과를 내는 고효율 전문가를 찾게 돼 결국 고연봉자를 양산하게 됐다. 즉 능력 없는 자는 퇴출되고 전문가는 연봉이 점점 더 올라가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기업이나 개인에게 평생 직장의 의미가 사라지고 사표 쓰기도 그만큼 쉬워지게 됐다. 이제 사표는 직장생활의 끝이 아닌 또 다른 도약으로 그 의미가 변했다. 오히려 잘나갈 때 사표를 던짐으로써 몸값과 직급을 올려 직장생활을 성공으로 이끄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사표를 쓰는 사람 가운데 많은 이들이 순간적인 판단 착오로 실패하기도 한다. 더욱이 업계 동향이나 최근 취업흐름에 민감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렇다 보니 사표를 던질 시점을 알려주고 그 후 어떻게 경력을 관리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전문가들이 늘어나게 됐다. 즉 사표를 쓰는 데도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사표를 쓸 때 가장 중요한 점은 확고한 목표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순간적인 감정에 치우쳐 사표를 제출하는 것도, 사표를 두려워해 자기 발전의 좋은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도 현명하지 못하다. 경력 관리를 위해 신중함을 견지하되 과감성 있는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자세로 사표라는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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