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성 일개 고정간첩 사건인가, 아니면 범 정치권이 개입된 대규모 간첩단 사건인가’
지난주 최기영(41ㆍ구속) 민노당 사무부총장 등 야당 전ㆍ현직 간부와 386세대 운동권 출신 5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데 이어 이들이 ‘일심회’란 비밀 조직을 만들어 정치권ㆍ시민단체 인사를 포섭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민정부 이래 최대 규모의 신 공안정국이 형성되는게 아니냐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있다.
국정원과 검찰은 북한 노동당에 입당해 북한 대외연락부로부터 지령을 받아 정보수집 활동을 한 혐의로 사업가 장민호(미국명 마이클 장ㆍ44)씨와 그가 포섭했다고 알려진 최 사무부총장, 이정훈(43ㆍ구속) 전 민노당 중앙위원 등 5명을 구속했다.
특히 이들중 상당 수가 대학시절 386 운동권 출신인 점을 감안할 때 현 정권이나 의회 전반에 다수 포진해있는 386 정치인과 모종의 연결고리가 있는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있다.
공안당국에 따르면 장씨는 고교 2년 후배인 손정목(42ㆍ구속)씨와 자신이 운영하던 IT 업체 임원 이진강(43ㆍ구속)씨를 포섭해 일심회 조직의 기반을 닦은 뒤 여권인사 A씨의 소개로 민노당 전 중앙위원인 이정훈씨를 차례로 포섭했다.
검찰은 영장을 청구하면서 이들과 북한 공작원이 만났던 중국 북경 소재 비밀 접선장소가 ‘동욱화원’이라고 특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주범인 장씨를 포함해 구속된 이들이 현 정권 및 의회 인사를 포섭했으며 실제 국가기밀을 북측에 전달했다는 증거는 포착되진 않았다. 공안당국이 이들에게 국가보안법상 회합ㆍ통신 등 혐의만 적용했을뿐 `‘간첩’으로 단정하지 않은 것도 이때문이다.
하지만 공안당국이 장씨로부터 압수한 컴퓨터와 USB(저장장치) 등에서 이들이 국가기밀을 탐지ㆍ수집해 북한 공작원에게 전달한 증거가 포착되고 현역 정치권 인사의 개입 혐의가 드러난다면 수사 대상과 범위는 급격히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압수한 장씨 문건들은 대부분 암호로 기재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압수 문건의 해독 내용에 따라 이번 수사가 ‘단발성’에 그칠 지, 아니면 386세대 출신 정치인이나 시민단체 인사가 연루된 간첩단 사건으로 비화할지가 가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