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위기의 거센 파도가 또 다시 월가를 덮쳤다.
미국의 대형 자산운용사인 스테이트스트리트가 저조한 실적을 내놓자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추가 부실로 촉발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다우존스지수를 두달 만에 8,000 아래로 끌어내렸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따르면 스테이트스트리트는 20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6,500만 달러(주당 15센트)로 전년 동기(2억2,300만 달러, 주당 57센트) 보다 71%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실적 발표로 이 회사 주가는 무려 59%가 넘게 폭락했다.
이익이 이처럼 급감한 것은 미실현 손실이 63억 달러로 전분기보다 2배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스테이트스트리트는 실적 발표에 앞서 미실현 손실이 55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완충 효과는 없었다.
자산 운용사인 뱅크오브뉴욕멜론 역시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88% 급감, 6,100만 달러에 그쳤다. 매출도 24% 나 격감했다. 금융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자산운용사들의 실적 부진 소식으로 금융주들이 줄줄이 폭락했다.
BoA는 28.9% 폭락했고 JP모건은 20.7%, 씨티그룹은 20.0% 하락했다. BoA가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800억 달러 이상을 조달해야 할 것이라는 보고서도 금융주 하락을 부추겼다.
금융주의 부진 속에 다우존스지수는 332.14포인트(4.01%)하락하며 7,949.09를 기록 지난해 11월 20일 이후 처음으로 8,000 아래로 추락했다. 역대 대통령 취임 당일 하락폭으로는 다우지수 112년 역사상 가장 컸다. 키뱅크의 케빈 크루젠스키 이사는 "투자자들은 스테이트스트리트만은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블록버스터를 터뜨렸다"고 꼬집었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영국 금융주들도 영국 정부의 국유화 등 대대적인 구제조치 발표로 급락했다. 405억 달러의 손실을 발표한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가 69.3% 급락한 것을 비롯, 바클레이스는 42.6%, HSBC홀딩스 역시 15.3% 폭락했다.
채널캐피털인베스트먼트의 수석투자자인 더그 로버트는 "모든 이들이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다만 영국처럼 크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투자자 사이의 침체된 분위기를 전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미국 은행들이 시스템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한 것도 위기감을 증폭시켰다. 루비니 교수는 20일 두바이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미국의 금융권 손실이 3조6,000억달러에 아를 것"이라면서 "미 은행들의 자본금 1조4,000억 달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전망이 실현되면 사실상 은행이 파산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월가발(發) 실적 부진의 여파는 사우디아라비아까지 미쳤다. 20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운영하는 킹덤홀딩스는 이날 지난해 4분기 82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금융위기 속에서 씨티은행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 5%를 매입하는 등 금융주를 서둘러 매입했다가 추가 부실 발생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