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

배형준 감독의 `그녀를 믿지 마세요`(제작 영화사 시선)는 이미 또 하나의 매너리즘을 완성(?)해가고 있는 국내 로맨틱 코미디물에 새로운 전개 방향을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일단은 합격점을 줄만 하다. 영화는 웃음을 유도하는 장치와 좌충우돌격 소동에서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을 떠올리게 하지만 최근 봇물을 이루고 있는 `십대` 대상의 자극성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 언뜻 보기에 평범해 보이는 이야기 구조지만, 웃음과 잔재미가 쏠솔하고 주-조연을 망라한 대다수 배우들의 호연도 감독의 내공을 짐작케 한다.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로맨틱 코미디물의 히로인으로 떠오른 김하늘은 이번 영화에서 심사위원의 눈까지 단번에 속이고 가석방에 성공하는 사기범 영주로 변신한다. 부산행 열차에서 소매치기가 앞자리 희철(강동원)의 반지를 훔치는 것을 목격한 영주는 자신이 범인으로 몰릴 것을 우려한 나머지 특유의 사기근성(?)을 동원, 반지를 되찾는다. 그 통에 열차를 놓친 영주는 가방을 되찾고 반지도 돌려주고자 희철의 고향 용강으로 향한다. 그러나 영주는 느물거리는 운전기사를 골려 주려다, 그리고 희철의 친척인 경찰관과의 맞대면을 무마하려다, 어느새 그의 약혼녀 행세까지 하게 된다. 이른바 그녀의 `마지막` 사기 행각이 시작되는 것이다. 한적한 시골 마을을 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근래 국내 로맨틱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가족`의 존재를 전면에 부각시키고 있어 또한 독특하다. `수저까지 센다`는 추억 속 농촌 마을을 무대로 3대가 어우러지며 발생하는 갖가지 에피소드가 영화를 가득 채우고 있다. 특히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향한 가볍지만 따뜻한 시선은 중ㆍ장년 관객을 로맨틱 영화로 끌어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갖게 한다.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를 볼 수 있는 점은 영화의 마지막 재미. 남자 배우에 비해 입지가 적을 뿐더러 그나마도 남성적 시선에서 바라본 여성상으로 가득 찼던 기존 영화들과는 확실히 다른 부분이다.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건 `망가진` 영주라기 보다는 `살아있는` 영주가 아닐까 한다.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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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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