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출구전략의 방아쇠는 이미 당겨졌다.’
지난 5일 폐막한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가 합의점에 도달한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당장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이 시기상조(premature)라는 점과 또 다른 하나는 출구전략의 시기와 규모는 각국마다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시기와 규모의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더블딥(이중침체)에 대한 우려에 각국이 지금 당장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지는 못하겠지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취해졌던 비상조치의 회수는 이미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출구의 문을 열고 있는 셈이다.
◇미국도 미시적 출구전략은 진행 중=지난달 24일 미국은 노후차 폐차 지원 프로그램(CARS)을 종료했다. 7월부터 시행된 CARS로 미국의 자동차 판매는 8월 한달에만 전달보다 26.5%, 전년 동기 대비 1% 늘어난 126만대를 판매하며 2007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를 기록했다. 제조업에 대한 지원은 금융위기의 진앙지였던 미국의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며 미국 가계의 소비지출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정부 조세 감면에 따른 소비지출 효과가 3ㆍ4분기를 고점으로 축소될 것이라는 점이다. 무디스에 따르면 미국 재정정책의 국내총생산(GDP0 성장기여도는 올해 3ㆍ4분기 3.6%까지 올라갔다가 4ㆍ4분기 1.5~1.6%대로 뚝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부문에서는 긴급상황에서 풀린 유동성이 빠르게 회수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단기유동성 공급을 목적으로 공급했던 기업어음(CP) 자금공급이나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는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실제 1월 각각 6,000억달러, 3,000억달러까지 늘어났던 CP 자금공급과 통화스와프는 7월 말 1,000억달러대로 줄었다.
◇경기회복 패턴에 주목=각국의 경제상황에 따라 출구전략의 시점과 규모 차이를 인정한 만큼 각국이 경기회복 패턴에 따른 각자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경기회복 패턴에 따라 시장금리ㆍ달러가치ㆍ국제유가 등 경제여건들의 변화가 달라지므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우선 경기부양 효과가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의 경제회복으로 이어지는 ‘V자형 패턴’의 경우 정책금리 인상폭이 커지며 출구전략이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기대인플레이션이 확대되며 시장금리와 달러가치ㆍ유가 등의 상승폭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완만한 경기회복인 ‘U자형 패턴’은 신중한 출구전략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금리의 단계적 인상에 따라 시장금리도 점진적으로 올라갈 것으로 관측된다. 달러가치는 안정되고 유가는 제한적 상승이 예상된다. 더블딥을 나타내는 ‘W자형 회복’은 경기는 회복하지만 재정적자의 후유증이 즉각 나타나며 제한적인 정책금리 인상 등의 출구전략이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금리는 안정되지만 수요부진으로 달러가치와 유가는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출구전략 선제적 대응=전문가들은 금리인상 등 본격적인 출구전략에 앞서 각국마다 자율적으로 추진되는 미시적인 정책조정으로 나타날 수 있는 변수에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홍석빈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위기발생 이후 선진국들은 자유주의라는 명분으로 보호주의의 실리를 챙기고 있다”며 “위기 이후 정상화 과정에서도 각국은 보호주의라는 카드를 버리지 못할 것인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은 기업들에 선진국에 비해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신흥경제권 시장을 발굴하고 유연한 공급망 관리 등으로 신보호무역주의에 대비하며 정부는 보호주의적 통상환경 타개를 위한 국제공조를 적극 모색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