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아랫목 온기도 식어 더블딥 우려 증폭

소득 늘어도 씀씀이 줄여 소매업 16개월째 감소<br>투기 억제·EBS수능등 정책도 내수위축 한몫<br>'L자형 장기불황'등 전문가전망 갈수록 비관적

경기가 꼬꾸라지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조짐이다. 내수를 대표한다는 서비스업은 회복은커녕 4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고용과 산업활동ㆍ물가도 마찬가지다. 첩첩산중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다. 정부는 건설경기 연착륙방안과 재정지출 확대, 중소기업대책 등을 계속해서 쏟아내며 “위기는 아니다”고 외치지만 더블딥(상승 후 재하강)의 우려는 갈수록 증폭되는 양상이다. 일부에서는 더블딥 뒤에 숨은 더 무서운 위기, 즉 경기가 다시는 기운을 찾기 힘든 L자형 장기불황의 늪으로 빠져드는 게 아니냐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6일 내놓은 서비스업 동향은 한마디로 아랫목에 남아 있던 온기마저 식어간다는 점을 보여준다. 서비스업활동지수만 놓고 보면 감소율(-0.4%)이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해 5월(-0.3%)보다 오히려 컸다. 문제는 국민들이 소득이 늘어나는데도 씀씀이를 오히려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1ㆍ4분기 전국 가구와 도시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각각 277만7,000원과 286만6,000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각 6.8% 늘었지만 소비정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척도인 소매업은 지난해 2월 이후 16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벌였다. 소비심리와 밀접한 홈쇼핑(-14.0%), 자동차 판매(-14.3%), 음식점업(-3.2%), 신용카드 판매 등 비통화 금융기관(-18.7%) 등의 매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전문ㆍ고소득층마저 지갑을 닫고 있다는 점 역시 어두운 면이다. 지난 99년 통계조사 이후 줄곧 성장세를 구가하던 연구ㆍ개발 등 사업서비스업의 경우 5월 들어 사상 처음 감소(-0.8%)했다. 사업서비스업 중 법무ㆍ회계(-3.4%), 건축기술ㆍ엔지니어링(-6.6%) 등이 속한 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종(-2.6%)의 침체가 두드러졌다. 연구 및 개발업(-0.7%) 사업지원서비스업(-1.8%) 등도 하락 반전했다. 소비침체에는 정부정책도 한몫했다. 정부의 부동산투기 억제정책이나 과외열풍을 잠재우기 위한 EBS 수능방송 등이 내수위축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및 임대업(-11.6%)은 5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고 교육서비스업도 6.6%라는 큰 폭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사교육시장에서마저 ‘경착륙’이 일어난 셈이다. 전문가들의 입장도 갈수록 비관적으로 흐르고 있다. 관변연구소의 한 선임연구위원은 “5%대 성장은 힘들다”고 단언했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03년 1월부터 시작된 경기침체가 3년 이상 지속되는 장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른바 ‘L자형 침체론’까지 꺼낸 상황이다. 정부는 여전히 내수가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내년에는 내수와 수출이 동반 성장한다는 ‘양끌이 성장론’마저 내놓은 상황이다. 5%대 성장률에도 전혀 변함이 없다. 정부가 7일 내놓을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이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현상경기자 hsk@sed.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