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라크의 ‘에덴동산’

이라크는 아랍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강이 있는 나라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두개 씩이나.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데스 강. 이 강을 젖줄로 하여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이 땅에서 활짝 꽃을 피웠고, 기원전 1850년부터 기원전 322년 까지 1500년 간의 바빌론왕조의 유적지가 인류의 문화자산으로 남아있다. 아랍국가 전체를 먹여 살릴 곡물과 야채와 과일을 생산하겠다는 야심찬 농업개발계획이 추진된 적도 있는 나라다. 어디 그것 뿐인가. 미국의 침공목적으로 꼽히는 석유매장량만도 사우디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한다. 그런 축복받은 나라 이라크가 말 그대로 도탄(塗炭)이다. 전쟁의 진흙더미와 불구덩이에 빠져있는 것이다. 전쟁으로 시작된 후세인집권 그것도 한번이 아니라 네번씩이나. 그 네 번의 전쟁은 모두 사담 후세인 대통령 집권이후에 터졌다. 이번 전쟁은 미국과 영국의 일방적인 공격에 의한 것이지만 이전의 세 차례 전쟁은 후세인의 도발에 의한 것이다. 이번 전쟁도 그 뿌리는 이전의 전쟁에 박혀 있다. 후세인 대통령은 10대의 청소년 때 정치에 입문해 20대때 정치인 암살사건에 가담, 투옥 탈옥 망명의 길을 걸었고, 30대때 쿠데타에 가담해 42세 때인 1979년 대통령에 오른 인물이다. 그는 대통령 취임 이듬해인 1980년 이란과 전쟁을 개시했다. 8년간이나 지속된 이 전쟁이 겨우 정전된 뒤 2년도 못 가서 그는 이번에는 인접 아랍 산유국인 쿠웨이트를 침공했다. 쿠웨이트 유전에 걸려있는 서방의 이해관계를 고려한다면 무모하기 짝이 없는 도발이었다. 쿠웨이트 침공은 이라크와 미국 간의 두 차례 전쟁을 불러온 악연의 발단이었다는 점에서 후세인으로서는 일생일대의 패착이라고 할 수 있다. 쿠웨이트는 이란-이라크 전쟁기간동안 이라크 편에 서서 전비를 지원해 준 우방이었다. 더욱이 세계 2위의 석유매장량을 갖고 있는 이라크가 유전을 차지하기 위해 인접 소국을 침공한 것은 서방진영은 물론 아랍권을 포함한 전세계의 비난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따라 미군을 주축으로 한 유엔연합군이 1991년 1월17일부터 38일 동안의 걸프전에 나서 이라크 군을 쿠웨이트에서 격퇴시켰다. 그 이후 미국은 경제제재를 단행함으로써 사실상 지난 12년간 미국과 이라크 사이에는 준 전시상태가 지속되다가 이번에 미ㆍ영 동맹군의 공격에 의한 네번째 전쟁이 개시됐다.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은 이라크를 지원했었다. 국제관계에서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지만 미국과 이라크가 적대관계로 반전해 두 번씩이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더욱이 미국의 경우 12년전 아버지가 싸웠던 상대를 지금 아들이 다시 대적하고 있으니 운명의 장난 같기도 하다. 걸프전에서 이라크는 이란-이라크 전쟁 때 미국이 이라크에 지원한 무기들고 미국과 싸웠는데 이번에는 어느 나라 무기로 싸우는 지를 생각하면 머리가 혼란해 진다. 사담 후세인이 중동의 패권을 노린다고는 하지만 집권기간 내내 전쟁으로 일관한 정치인이 후세인 말고 또 있나 싶다. 지난 3차례의 전쟁으로 희생된 자국민 만도 100만명에 이르는 터에, 이번 전쟁으로 얼마의 희생이 더 추가될지를 생각하면 끔찍하다. 이란-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1984년 7월 바스라 전선을 취재한 적이 있는 기자는 이번 미ㆍ영동맹군의 포격으로 화염에 휩싸인 바스라의 참상을 목격하며 옛 기억 하나를 떠올렸다. 바스라 북쪽 유프라데스 강과 티그리스 강이 만나는 쿠르나에 `에덴동산`이 있었다. 예로부터 강과 강이 만나는 곳을 성소(聖所)로 치기 때문일까, 무화과 고목 한 그루가 서있는 조그만 공원에 이라크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 너무 성스럽다. 문명과 평화 파괴자는 누구 이라크 사람들은 이곳의 무화과나무를 아담과 이브가 잎을 따서 수치를 가린 그 무화과 나무라고 믿고 있었다. 메소포타미아의 문명을 꽃피운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이라크를 지상의 낙원으로 삼고자 하는 이라크 인의 소박한 염원이 담긴 이름이리라. 그러나 이라크의 유일한 해상 통로인 바스라는 이번까지 네차례의 전쟁을 거치면서 문명이 아니라 야만의 통로가 돼 폐허로 변하고 말았다. 문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이라크인의 꿈을 짓밟는 자는 과연 누구인가. <논설위원 imj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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