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요초대석]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사장

[월요초대석]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사장 "10년內 세계5大 보안업체 자신" "벤처 거품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만 이는 벤처를 수익률의 관점에서만 바라봤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경험을 수업료로 생각하고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상생(相生)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지난해 '올해의 정보통신인상'을 수상한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사장은 "국가경제의 위기를 극복키 위해서는 다시한번 벤처기업들이 도전과 창의의 강인한 정신으로 무장돼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한다. 머니게임보다는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한 신기술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하고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마케팅분야에서는 대기업과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 안사장의 생각이다. 안사장은 정보보호 분야에서 안철수연구소가 세계 메이저 톱5가 될 것을 확신하고 있다. 한분야에서 세계 메이저에 진입한다는 것은 그만큼 기술력에서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안사장은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한 기업, 기본을 토대로 성장가능성이 무한한 그런 기업을 가꾸어 나가고 있다. -요즘의 벤처기업 환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다른 것도 그렇듯이 모든 산업은 인프라가 중요한데 우리의 관심은 한곳에만 치우쳐있는 느낌입니다. 과거에 정부 고위공직자에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정부가 할 일은 도로를 깔고 청소하고 법이 지켜지도록 경찰을 배치하는 일입니다. 이렇게만 되면 사람들은 자기 돈으로 가게를 열고 장사를 시작할 것입니다" 지금 보면 정부가 해온 일은 가게 낼 돈만 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해는 상반기부터 벤처 거품 얘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특히 벤처기업이 연관된 대형 금융사고가 많이 터지면서 벤처 회의론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IMF이후 모든 경제상황이 좋았을 때 벤처 위기론을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벤처는 말 그대로 모험입니다. 외국 사람은 벤처에 대해 '벤처는 항상 망한다(Startups Usually Fail)'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성공하는 게 비정상적이라는 얘깁니다. 그런데 우리는 모두 성공하는 걸로만 알고 있으니 그것이 문제입니다. 100개 중에 1개가 성공하는 게 벤처입니다. 따라서 벤처에 거품이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거품이 필수라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점차 줄여나가는 작업을 지난해 했어야 되는데 아쉽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거품은 꺼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보면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으며 같은 규모로 이익을 내는 기업과 비교할 때 닷컴기업이 굴뚝기업에 비해 고평가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이제는 서서히 내려가고 있습니다. -벤처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두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한국 경제에 다양성을 주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대기업과 벤처는 경쟁적이면서 상호 보완적이었으면 합니다. 우리는 과거 오너 경영의 폐해가 심했고 벤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의 성격이 강합니다. 하지만 벤처가 시작된 미국을 보면 서로 경쟁하면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경영 관행에 변화를 주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입니다. 재작년말쯤부터 벤처 붐이 일면서 국내에서는 벤처를 수익률의 관점에서만 바라봤습니다. 물론 벤처도 돈이 벌리는 구조를 가져야 하겠지만 기존 대기업 위주의 관행을 깨는 의미도 컸습니다. 앞으로 이런 부분에 포커스를 맞췄으면 좋습니다. 언젠가 한 상장기업이 회사의 시가 총액은 500억원인데 오너의 해외 부동산은 몇 천억원이라는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이런 소문은 소문 자체만으로도 기업의 신뢰성을 떨어뜨립니다. 이익이 나면 주주와 종업원 등에게 제대로 분배가 돼야 하는데 대주주에게만 가는 것이 문제입니다. 벤처는 이런 기존의 관행을 깨고 새롭게 인식 전환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대기업과 벤처가 상호 보완적이려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 -물론 아직까지도 논의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둘의 차이가 확연하기 때문에 협업이라는 게 어렵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쉬울 수 있습니다. 결론이 나와있는 것은 아니지만 크게 볼 때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닷컴이나 인터넷만 하는 기업보다는 기존 기업이 하는 e- 비즈니스가 훨씬 경쟁력이 있는데 이런 데서 공조 방안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올해 벤처기업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지난해 경험을 수업료로 생각하고 이를 다시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영자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일하고 수익 모델에 관심을 기울여야 됩니다. 회사를 꾸려가다 보면 나쁜 일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만큼 이를 가슴에 간직하고 잊지 말아야 됩니다. 회사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 공헌한다는 자세로 직원 모두가 합심해서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국가경제가 무척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됩니까.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라고 봅니다. 상황이 좋지 않은데 좋은 줄 알고 구조조정을 확실하게 하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경기는 나빠졌고 이에 따른 결과가 밖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올해 구조조정은 더욱 강하게 해야 됩니다. 은행과 기업의 전체 부채가 140조원이라고 하는데 이를 1~2년 내에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장기적으로 10~20년 구조조정을 할 생각으로 마음을 독하게 먹고 꾸준하게 해야 됩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안철수연구소의 장점과 10년 뒤의 청사진은. ▦지난해 외국의 유명한 보안업체에 실력이 중간 정도 되는 프로그래머를 파견했는데 이 회사가 최고라며 스카우트하고 싶어 안달이었습니다. 솔직히 우리 직원들 개개인의 실력은 최고 수준입니다만 전체 숫자로 볼 때는 규모가 작은 편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우수한 인력을 계속 충원할 계획입니다. 10년 청사진을 말씀하셨는데 그런 것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5년 내에 세계 10등 안에 드는 보안회사가 되는 게 목표니까 10년이면 5등 이내에 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입니까. ▦사람입니다. 그 다음은 개인적으로는 가치관이고 회사로는 코어 밸류(Core- Value)입니다. 기업을 사람으로 생각하면 똑같이 가치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르게 얘기하면 영혼일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100년 뒤에도 살아있을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뭐가 있어야 되는지 고민해봤습니다만 결론은 기업에 핵심적인 어떤 가치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가치를 구성원들이 진심으로 믿고 지속적으로 이를 유지하고 또 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메커니즘을 만들어내는 작업입니다. 기업의 목표가 꼭 이윤 극대화는 아닙니다. 바람직한 가치관을 지키는 회사, 존재 목적을 갖추고 사회에 공헌하는 회사를 만들면 소비자의 신뢰도 더 얻고 더 오래 갑니다. 그러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 까요. -올해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진짜 21세기는 이제부터인데 21세기 초반을 맞아 영속적인 터전을 갖고 싶고 또 아까 말씀드린 코어 밸류를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회사 경영쪽에서 보면 보안 회사로 실적을 내면서 변신의 결실을 맺는 한해가 됐으면 합니다. 올해 수출이 본격적으로 일어나는데 이를 계기로 글로벌 기업 원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고 매출은 지난해보다 두배 많은 300억원을 달성했으면 합니다. 얼마 전에 성공한 CEO 11명을 인터뷰한 '거인들의 회사(In The Company Of Giants)'라는 책을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요즘 우리 벤처기업인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대담=최영규 정보통신부장 ykchoi@sed.co.kr 한기석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