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팀원들이 회사 안에 마련된 보드게임방에 모여 게임을 즐긴다. 게임을 하면서는 직급도, 남녀도 없이 흥겹게 게임에 빠져든다. 게임을 마친 직원들은 모두 바로 옆에 마련된 산소방으로 자리를 옮긴다. 편안한 소파에 몸을 누인 팀원들은 자유로운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업무와 관련된 얘기가 나오자 딱딱한 사무실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연이어 터져나온다. 마케팅 팀장은 "왜 지난번 회의 때는 이런 아이디어를 내지 못했냐"고 호통을 치면서도 이내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임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개발을 위해 '회사=놀이터'를 강조하고 있는 IT 벤처기업의 모습이 아니다. 대표적인 '굴뚝기업'인 포스코의 본사에서 조만간 벌어질 장면이다. 포스코가 임직원들의 창의성을 개발하기 위해 '펀(Fun) 경영'을 도입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이달 말 포스코센터 동관 4층에 1,160㎡ 규모의 '크리에이션룸(Creation Room, 창조놀이방)'을 설치하고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한다. 크리에이션룸은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밝힌 '창조경영'을 구체화하기 위한 것으로 구글의 '펀 경영'을 벤치마킹했다. 구글이 직장을 딱딱한 일터가 아닌 재미있는 일터로 바꿈으로써 임직원들의 창의성을 극대화한 것처럼 포스코도 다양한 놀이시설을 통해 임직원들의 창의성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리려는 것이다. 포스코는 국내 기업들 중에서도 상명하복(上命下腹)식 기업문화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실험'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전세계 기업들 중 직원들의 창의성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 받는 구글은 사내를 마치 놀이터처럼 꾸며 임직원들의 창의성을 극대화했다"며 "크리에이션룸에서 업무로 받은 스트레스를 풀고 자유롭게 즐기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크리에이션룸은 감성을 통한 체험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리프레시 존(Refresh Zone)', 놀이를 통해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발산할 수 있도록 하는 '펀 존(Fun Zone)', 직원들의 개인역량을 제고할 수 있는 '스터디 존(Study Zone)'으로 구성된다. 리프레시존은 서예ㆍ미술ㆍ시ㆍ창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의 학습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이곳에는 산소방을 비롯해 영화와 TV를 관람할 수 있는 미디어룸도 설치돼 스트레스를 풀고 정신적인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펀존은 보드게임,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비디오게임 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그야말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다. 스터디존은 책ㆍ컴퓨터ㆍ그네ㆍ테이블ㆍ음료 등이 구비된 '북 카페'로 꾸며진다. 직원들은 자유롭게 책을 읽고 토론을 즐길 수 있으며 각자의 아이디어를 적어놓을 수 있는 '아이디어 보드'도 설치된다. 포스코는 오는 9월부터 임직원들이 점심시간과 퇴근 이후 시간에 크리에이션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서울 포스코센터의 운영 결과에 따라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로도 확대 설치할 계획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대표적인 제조기업에 '펀 경영'이 도입됨으로써 기업문화에 새로운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며 "회사가 즐겁고 재미있는 공간이 되고, 이를 토대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창조적인 아이디어들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