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에너지절약 투자확대를

이달초 알제리에서 열린 OPEC(석유수출국기구)회의에서 회원국들은 4월 이후 현 생산량의10%에 해당하는 25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감산발표로 동절기가 마무리되면서 다소 진정될 것으로 보였던 유가의 상승세가 다시 이어져 중동산 두바이유의 가격이 배럴당 30달러를 육박하는 등 국제유가가 또다시 급등하고 있다. 이렇게 국제 유가가 오르면 그만큼 우리경제의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하다. 이미 알려진대로 우리는 세계 10위의 에너지소비국이며 석유소비는 6위에 올라있다. 게다가 지금 상황은 국내외적으로 더욱 악화되는 형편이다. 일각에서는 국내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체감경기는 끝을 모르게 추락하고 있고, 비철금속ㆍ화학제품 등 원자재가격도 상승해 기업의 원가상승을 유발해 우리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IT, BT 등 첨단산업화가 많이 이뤄지긴 했지만 이른바 굴뚝 산업인 에너지다소비산업의 비중이 높은 우리 산업계가 받는 타격은 치명적이다. 산업부문의 위축은 바로 설비투자의 축소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불안한 경제상황에서 적극적인 설비투자를 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이 에너지 절약시설에 대한 투자다. 실제로 지난해 투자된 시설의 자금투자 성과를 분석한 결과, 투자 1억원당 원유 138톤(3,200만원)의 절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3년간 투자된 에너지절약 시설의 투자비 회수기간은 평균 2.8년에 불과하고 국제유가를 비롯해 에너지 비용이 상승할수록 에너지절약의 비용효과는 커지므로 오히려 회수기간이 짧아지고 투자효과도 커져 경영개선에 크게 도움이 된다. 정부에서도 기업의 에너지절약 시설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올해 에너지 이용합리화 자금 4,854억원을 조성했으며, 경기활성화를 위해 조기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또 에너지절약 시설투자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해마다 에너지절약효과가 우수한 설비를 발굴하고 지원대상으로 선정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에너지절약 시설투자는 전문적인 분야라 생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에너지절약의 의지만 있다면 길은 많다. 에너지관리공단에서는 전문 진단요원들을 통해 기업의 에너지 실태를 진단하는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더 효율이 높은 시설과 공정에 대한 조언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이라 불리는 기업들이 있다. ESCO는 에너지사용시설에 투자한 후 이에 따른 에너지 절감액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것이다. 에너지절약의 중요성은 이제 경제로만 그치지 않는다. 전세계적인 이슈가 되어버린 기후변화협약은 결국 에너지절약이 해답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기후변화협약이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량의 83%가 에너지소비에서 발생한다. 반대로 에너지절약 시설투자 1억원당 117TC(탄소톤)의 CO2발생을 저감시켜 5,700만원의 보이지 않는 부수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이 조사한 2004년도 제조업 설비투자 동기를 보면 설비능력증가를 위한 투자비중이 62.5%인 반면 에너지절약, 유지보수, 자동화와 같은 합리화 투자비중은 19.4%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에너지절약 투자비중은 0.9%로 극히 미약했다. 설비의 개ㆍ보수 및 신ㆍ증설기회는 에너지 절약시설 투자의 최적기이고 이 기회를 놓치게 되면 추가비용이 많이 들게 된다. 산유국들은 최대한 국제유가를 올려 석유수출에서 국부를 얻으려고 하고, 실제로 대부분의 산유국에서 석유수출액은 전체 수출의 절반을 넘는다. 게다가 중국, 인도 등 개도국의 급증하는 에너지수요 등으로 국제유가는 하강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제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에너지의 효율적인 이용을 위한 투자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유가 상황이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이제 버리고 에너지절약시설을 우리 경제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사회기반시설의 중심으로 받아들여 적극적인 투자를 벌여나가야 한다. <정장섭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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