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재경부가 내놓은 추석선물 꼭 실현되기를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를 맞아 귀성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고향이란 말은 언제 들어도 마음을 설레게 한다. 특히 추석 등 명절을 맞아 찾는 길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사뭇 다른 것 같다. 경제난으로 너나 할 것 없이 힘든 생활을 해온 터라 고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예전처럼 가볍지 않다. 손에 쥔 선물꾸러미도 작고 가벼워졌다. 일자리를 잃었거나 체임 등으로 아예 고향에 가지 못하는 딱한 사정의 사람도 많을 것이다. 사회복지시설 등 어려운 이웃을 찾아 정을 나누는 사람들도 크게 줄었다는 소식은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듯 추석은 풍요와 넉넉함을 상징하는데 사정은 여의치 않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재정경제부가 귀성객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3년 후 우리 경제의 눈부신 모습을 담은 ‘경제회복, 자신감 회복이 그 시작입니다’라는 홍보자료를 내놓았다. 자료에 따르면 스위스 IMD(국제경영개발원) 평가에서 20위인 우리나라의 기업경영 효율은 10위로 도약한다. 10위인 과학기술 수준은 8위로, R&D(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2002년 17조원에서 30조원으로 늘어난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353개이던 세계 일류 상품 수는 1,000여개로 대폭 늘어나고 고기술ㆍ고가 브랜드 위주의 수출구조가 정착되면서 연간 무역규모도 6,000억달러로 세계 8대 무역대국으로 뛰어 오른다. 청년실업률은 지금의 7.3%에서 5%대로 낮아지고 2002년 2,447만원이던 농가소득은 3,598만원으로 높아진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 동북아 경제중심, 삶의 질이 높은 나라, 고르게 잘 사는 나라가 된다는 것이다. 3년 후면 걱정 없이 잘 살 수 있다니 지금 안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게 하며 가진 것 없고 힘들어도 자신감과 희망을 갖게 만든다는 점에서 재경부가 가슴 답답한 국민들에게 ‘추석 선물’을 내놓은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이런 낙관적 전망은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내년부터 성장률이 4%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이 정도로는 매년 새로 필요한 40만~5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없고 그러면 청년실업률은 낮아지기 어렵다. 장기불황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기업하기 어렵다는 아우성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으며 농촌에서는 농부들의 생명과 마찬가지인 벼를 추수도 안하고 갈아 엎어버리는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이헌재 부총리와 재경부의 경제전망이 번번이 빗나갔다는 점도 3년 후의 장밋빛 전망을 회의적으로 보게 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재경부의 전망에 대해 시비를 따지지 말자. 3년 후의 전망이 심란한 국민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된다면 나름대로 가치가 있는 일 아닌가. 다만 한가지 정부는 이런 청사진이 꼭 실현될 수 있도록, 그래서 그때는 많은 사람들이 푸근한 마음으로 고향을 찾고 이웃과 정을 나눌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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