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물이 건강해야 생태계도 건강

최형선 <물 정책 포럼 공동위원장>

지구가 다양한 생명체를 품어 안고 있는 것은 풍부한 액체 상태의 물 덕택이다. 금성에서 대기 중에 있는 기체 상태의 뜨거운 수증기는 온실효과를 가중시킬 뿐 생명체를 품어낼 수 없다. 화성의 지표면 아래 다량 있다고 여겨지는 고체 상태의 얼음에서도 이를 견뎌내는 미생물 외에는 다른 생명체를 기대하기 어렵다. 물은 그 자체가 사랑이다. 물 분자들은 서로 수소결합으로 손을 맞잡고 강한 결속력을 발휘하고 있어 쉽게 변하지 않는다. 연안 지역은 온화한 기후를 이루지만 대기 중의 수증기가 적은 사막에서 온도변화가 심한 것은 바로 이 까닭이다. 이처럼 기후의 온화함과 혹독함의 차이도 대기 중의 수증기 양의 적절성에 달려 있으니 우리나라처럼 온화한 기후를 이루는 나라에서 물이 우리에게 주는 사랑을 잊는다면 그건 옳지 않은 일이다. 물은 부드러운 포용력을 갖고 있다. 수많은 물질들을 녹여내면서 생명현상을 발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물 분자는 자기들끼리 수소결합을 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물질들과 결합할 수 있는 손을 남겨놓았다. 산소의 음전하와 수소의 양전하는 상당한 극성을 띠면서 다양한 물질을 녹이고 고분자 물질을 만들어낸다. 물이 세포 내에서 각종 유기ㆍ무기 물질들을 녹이며 생명현상을 발휘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까닭이다. 우리가 살아있음이 물 덕택이니 감사한 마음을 가짐이 마땅하다. 이제 우리의 윤리의식이 생태계 전체에 대한 배려로 이어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봐야 한다. 우리가 무심코 버린 알루미늄캔이 산성비에 녹아내리면서 땅과 물이 독성을 띠게 되고 하천에 흘러든 음식물 쓰레기로 인해 부영양화된 물은 가뜩이나 산소부족으로 허덕이는 물고기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 이처럼 물이 대기와 대지와 하천과 바다를 순환하는 동안 섞이는 오염 물질들로 인해 수중 생태계는 건강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는 자연과 충분히 교감하면서 사랑을 나눌 필요가 있다. 이는 자연으로부터 사랑받고 있음을 깨달을 때 가능하다. 비의도적이든 의도적이든 누적된 자연파괴 행위로 인한 토붕와해(土崩瓦解)의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조그만 배려에서 시작된 포용력이 인간 단위에서 사회 전체로, 그리고 생태계 전체에 이를 때 우리 사회와 생태계의 건강은 확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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