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등 따습고 배부르게 하려면

이용택 <금융부장>

[데스크 칼럼] 등 따습고 배부르게 하려면 이용택 참여정부가 올해에는 경제에 올인하는 정책을 펴고 이를 위해 실용노선을 택한다고 하니 정말 반가운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13일 이런 내용의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연두 회견의 대부분을 경제회복 문제에 할애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고 그럴 것이라 믿는다. 그 어느 것도 먹고사는 것보다 우선일 수는 없다. 한비자에서도 “백성이 굶주리면 전쟁이 일어나고 백성이 고달파서 병이 나도 전쟁이 일어난다”고 했다. 경제전념 열정·비전 보여야 굳이 남의 나라 얘기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먹는 것이 남는 것’이라는 우리네 말이 왜 생겨났겠는가. 그동안 먹고사는 게 힘들었고 그래서 먹고사는 데 남다른 애환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 등 따습고 배부른 게 최고라고 했다. 물론 지금까지도 경제를 등한시한 적은 없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쓸 수 있는 방법을 다 썼는데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았을 뿐이다. 위기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경제 부양책을 써온 것이 이를 반증한다. 그래서 비판까지 받았으니 속도 꽤나 탔을 게 틀림없다. 경제부총리가 지난 추석 때 “다음 추석에는 올해의 어려웠던 살림을 추억처럼 얘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 말에서도 이런 고충이 묻어난다. 문제는 이제는 그런 말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국민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경제 회복에 전념하겠다는 새해 정책에도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이를 믿고 따를지 궁금하다. 지금까지 그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제 문제를 얘기하길 간절히 원할 때 정치 얘기를 하고 과거 문제에 얽매여왔던 게 이 정권이다. 그래서 호응하지 않았고 하나 둘 기대도 버렸다. 가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자식에게 영(令)이 서지 않는 법이다. 그것은 나라를 책임지는 지도자도 마찬가지다. 제 역할을 해야 국민이 호응하고 영도 선다.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고 했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어버이는 어버이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정치가 제대로 돌아가고 나라도 잘된다는 것이다. 상당수 국민이 이 정권에 등을 돌린 것은 먹고사는 것을 고민할 때 윗사람들은 다른 데 신경을 썼기 때문이다. 이제는 돌아선 마음을 되돌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경제 이외의 것은 다음으로 미루는 의지도 보여줘야 한다. 경제는 절대 정부가 살릴 수 있는 게 아니다. 기업과 국민이 움직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정부는 단지 방향을 잡아주고 그곳으로 모든 역량이 모일 수 있도록 하는 것뿐이다. 우선 필요한 것은 경제에 전념하는 열정과 비전이다. 그것이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마중물은 빈 펌프에서 물을 퍼올리기 위해 먼저 펌프에 붓는 한 바가지의 물이다. 이것이 없으면 땅 밑에 제아무리 많은 물이 저장돼 있어도 한 방울의 물도 퍼올릴 수 없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열정으로 메마른 국민의 마음에 마중물을 부어야 한다. 경제가 어렵고 살림이 곤궁해도 사상 최대의 자선금액을 낸 국민들이다. 마음만 한 방향으로 모아주면 못할 게 없다. 국민·기업에 신뢰 심어주길 기업에도 사업에만 신경 쓸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줘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더더욱 힘쓰겠다”는 대통령의 연두 회견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반드시 실천돼야 한다. 기업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를 반영하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기업개혁은 그다음이다. 사상 최대의 수익을 내도 투자를 하지 않고 현금만 재어놓은 데에는 경제 외적 요인이 컸고 이는 경기침체의 악순환을 불렀다. 국내에서는 욕을 먹어도 해외에 가면 대접 받는 게 우리 기업이다. 최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소비자 가전쇼(CES)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주머니에서 꺼내 보인 조그만 물건은 다름 아닌 국내 중소기업이 만든 MP3였고 국내 전자제품에 세계가 경탄하기도 했다. 이제는 나쁜 것보다 좋은 것을 먼저 부각시키고 북돋아줘야 한다. 이것이 경제를 살리는 길이고 국민을 등 따습고 배부르게 하는 방법이다. 그러면 다가올 추석에는 지난 추석과 지금의 어려운 살림을 추억처럼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ytlee@sed.co.kr 입력시간 : 2005-01-1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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