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계 비리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정부의노조에 대한 `규제론'이 대두되고 있다.
정부의 이런 입장은 민주화 과정에서 강화된 노조에 대한 자율성 우선정책이 `필요시 개입'으로 수정될 수 있음을 시사해 노동계의 반발 등 파장이 예상된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19일 고려대 노동대학원 초청 강연에서 "과거에는 노동운동이 일방적으로 탄압받다가 민주화 물결속에서 노조에 대한 감시ㆍ견제 장치가 사실상 없어졌다"며 "최근 사태를 고려할 때 이제는 극에서 극으로 간 것을 중간지점으로 돌려 정부가 일정한 규제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김 장관의 발언은 지난 12일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이 노조의 회계 감사 강화를골자로 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데 이어 나온것으로 노조에 대한 `외부 개입'과 `혁신 압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동부는 노조에 대한 규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는 않았다고 밝히고 있으나 노조의 재정과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노조에 대한 회계 감독권이 있었으나 폐지된 상태"라며 "노조가 자체적으로 재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하지만 제대로이뤄지지 않고 있어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국회에 이와 관련된 법안이 제출돼 있어 자연스럽게 이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며 "하지만 과거 상황으로 되돌려 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노조 회계에 대해서는 정부가 노동조합법에 따라 `행정관청이 필요하다고 인정시 경리상황을 조사하거나 필요한 서류를 검사'할 수 있었으나 1987년 이후에는 `조사 가능'으로, 1997년 이후에는 `운영상황 보고'로 점차 완화돼 사실상 자율적인 회계 감사를 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계는 정부와 국회의 최근 움직임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노조의 회계에 대한 정부의 조사나 감독권은 노조 탄압의 빌미로 악용될 수 있어 노조의 생명과도 같은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노총 이수봉 교육선전실장은 "정부의 규제론 운운은 노조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훼손할 수 있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노조가 자체적인 정화와 투명성 제고노력을 통해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노조에 대한 개입이 입법화 등으로 구체화 할 경우는 강력한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노동교육원 박태주 교수는 "최근 노동계의 비리사건은 민주화 이후 노정간긴장이 완화되면서 노조 간부들의 소명과 사명감이 이완되면서 발생한 것"이라며 "노조의 자정노력은 물론 일그러진 노정관계를 한단계 발전시키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중요한 것은 노조 자체 노력이며 외부의 힘에 의한 제도화나 개입은새로운 노사갈등의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