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6월 3일] 보릿고개와 고유가

요즘 교외로 나가면 파란 보리밭을 어렵사리 볼 수 있다. 보리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바람이 불면 일렁이는 보리파도 속에서 예쁜 추억을 만들기도 한다. 보리수확을 해보고 보리이삭을 구워먹으며 체험하는 낭만어린 행사도 있다고 한다. 필자도 어렸을 적 마을 앞 논에 보리파도가 넘실대고 보리이삭에 박힌 알이 통통하게 여물 때 친구들과 보리이삭을 뽑아다가 불에 그슬어서 먹던 기억이 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추억이지만 필자 세대의 사람들에게 파란 보리밭이 아름답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한때는 가을에 수확한 양식이 초여름 보리를 수확하기 전에 바닥나면 많은 사람들이 풀뿌리나 나무껍질로 근근이 끼니를 연명했었다. 들에 나가 쑥을 뜯어다가 밀가루에 버무려 쪄먹기도 하고 산에 가서 소나무 껍질을 벗겨내 빨간 물을 우려내 떡 아닌 떡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그때를 보릿고개라고 하는데 ‘태산은 넘어도 보릿고개는 넘기 힘들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였다. 세계 11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해 있는 마당에 갑자기 웬 보릿고개 타령이냐고 타박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다. 그렇지만 1~2년 사이에 국제유가가 3배 이상 올랐고 일부 원자재 가격은 유가보다 훨씬 더 오르고 있다. 이제는 그 원자재를 이용해 생산하는 물품도 연달아 급등하고 있다. 수입은 늘지 않는데 물가가 크게 오르면 생활도 그만큼 어려워지는 게 경제다. 가히 21세기의 신보릿고개를 연상시키는 암울한 생각마저 든다. 세계 5위의 에너지 수입국, 에너지 자급률 5% 미만. 고유가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경제가 원유가격 상승의 여파를 피해나가기는 쉽지 않다. 미래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겠지만 현재로서는 에너지 절약을 위한 국민적 캠페인을 실천해나가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방법일 것이다. 실내온도를 1도라도 낮추고 가까운 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사용하지 않는 전기기구는 전원을 꼭 빼놓는 국민적 에너지 절약운동이 필요하다. 우리 경제는 지금 고유가라는 또 다른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IMF를 극복했던 우리 국민의 열정과 저력이라면 신보릿고개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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