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해외로 빠져 나가는 돈 너무 많다

돈이 줄줄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1ㆍ4분기 국내거주자의 신용카드 해외 사용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7% 증가한 8억달러에 육박하고 해외연수 및 유학비도 39% 많은 10억달러를 넘어섰다. 또 개인과 개인사업자의 해외투자규모도 2억4,000만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21.6% 증가했다. 외국인의 주식투자 확대로 배당금도 자그마치 42억8,520억달러에 이르러 지난달 경상수지가 2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돈이 해외로 줄달음치는 것은 우선 경기침체와 저금리로 국내에서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원ㆍ달러 환율 하락으로 해외 구매력이 높아진 것도 한 원인이다. 소비진작이 국내경기회복의 관건인데도 국내와 달리 해외에선 돈을 펑펑 쓰고 있는 것이다. 외화보유액이 2,00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하지만 우리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주춤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정부가 넘치는 달러 때문에 외화사용 규제의 끈을 느슨하게 했다고 해도 ‘사상 최대’란 수식어가 붙는 여행경비나 유학연수비 사용이 과연 적정한가에 대해선 많은 의문이 남는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1인당 카드사용금액이 402달러인데 비해 우리 국민은 외국에서 605달러나 사용했다. 유학연수비용도 국내 공교육과 사교육비를 합친 금액의 20%에 육박하고 있는 점은 가볍게 볼 수 없다. 해외에서 돈을 쓴다고 나쁜 것은 아니다. 생산적인 일에 사용한다면 권장할 일이다. 문제는 국내경제가 어렵다는데 있다. 소비가 늘지 않아 일본식 불황까지 거론되고 있다. 1ㆍ4분기 성장이 2.7%에 머무르고 올해에 5% 성장은 물건너 갔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환위기를 먼 과거처럼 생각하고 너도 나도 경쟁하듯 돈을 가지고 나가거나 쓴다면 위기가 다시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정부도 여행경비ㆍ해외유학연수비ㆍ개인의 해외투자ㆍ외국인 주식배당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공교육회복은 물론 서비스산업 진흥 등 해외로 돈이 과도하게 빠져나가는 것을 억제할 수 있는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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