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5월 18일] 5분만 더 견디면…

용기나 끈기는 상대적인 것이다. 어디서나 언제까지 용기나 끈기를 발휘하는 사람은 없다.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용감하고 인내할 뿐이다. 이런 사람에게는 많은 포상과 칭송이 기다린다. 미국의 시인 랠프 월도 에머슨은 "영웅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용감한 게 아니라 단지 5분만 더 용감할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5분을 더 견뎌내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영웅과 범인(凡人)이 갈리는 셈이다. 영웅과 범인(凡人)의 차이는 5분 깡패를 예로 드는 게 부적절하지만 '인간의 심리'라는 측면에서는 다를 게 없다. 강우석 감독은 영화 '공공의 적 1-1'에서 이런 심리를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이 영화에서 이원술(정재영) 거성그룹 회장은 기업인으로 위장한 깡패다. 이원술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사업가로 행세하는 태산의 백 회장(문성근)을 만나러 간다. 의뢰인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원술은 일식집 입구에서 백 회장을 경호하는 깡패 몇 명을 간단하게 제압한 후 백 회장과 담판을 벌인다. 흰 천으로 둘둘 말아놓은 회칼은 이원술의 결연한 의지를 상징한다. 백 회장은 이원술의 기세에 탄복한 나머지 그의 요구를 수용한다. 이원술이 일식집을 빠져 나온 직후의 장면에서 강우석 감독의 연출력은 빛을 발한다. 이원술은 백 회장이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이자 정중히 인사한 후 달리듯이 일식집을 빠져 나와 차에 오른다. 그리고 나선 부하에게 "오줌 싸겠다. 얼른 가자"라고 내뱉는다. 자신의 측근이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인사하자 그는 이내 "니가 봤어? ○○놈아!"라고 일갈한다. 늘 목숨을 내놓고 살 것처럼 생각되는 깡패 두목조차 두려움에서는 예외가 아니라는 얘기다. 누구나 두려움을 안고 산다. 지켜야 할 게 있다면 두려움은 더욱 커진다. 두려움이 참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이어진다. 최악의 경우 두려움 때문에 지켜야 할 것을 잃어버리는 상황도 벌어진다. 금융시장에서 참여자들이 느끼는 공포가 대표적인 예다. 주식시장을 뒤흔드는 대형 악재가 벌어지면 투자자들의 공포는 확대 재생산된다. 너나 할 것 없이 그저 '먼저 주식을 팔아 치우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에 앞다퉈 주식을 처분한다. 일단 공포 분위기가 시장을 지배하면 온갖 루머가 난무하는 가운데 '쏠림현상(Herd Behavior)'이 일어난다. 주식을 사겠다는 사람은 없고 매도 주문만 쏟아지다 보니 시장이 단기 균형점에서 크게 벗어나는 오버슈팅(Overshooting) 양상이 나타난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및 경제의 화두는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의 재정위기다. 재정위기가 더욱 불거질 것 같으면 주식시장이 수직 하락했다가 진정 기미를 찾으면 반등한다. 투자의 대가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경제와 증시의 관계를 주인과 개의 산책으로 비유했다. 산책하다 보면 개는 주인보다 앞서 달리다가 '혹시'하는 마음에 주인을 돌아본다. 주인과 너무 떨어져 있으면 다시 주인에게 달려가고 그렇지 않으면 계속 앞서간다. 이런 과정을 되풀이하다 보면 주인이 걷는 거리는 1㎞에 불과한 반면 개의 이동 거리는 무려 4~5㎞에 달하게 된다. 개는 멀리 갔다가도 반드시 주인에게 돌아온다. 단기 현상에 휘둘리지 말아야 오버슈팅은 단기적인 현상일 뿐이다. 금융시장이 당장은 경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해도 결국은 장기 균형을 찾기 마련이다. 단기적 변화에 휘둘리다 보면 늘 손해를 보고 만다. 5분만 더 참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달리기를 하다 보면 너무 힘들어 주저앉고 싶을 때가 있다. 이른바 '데드 포인트(Dead Point)'다. 이 순간에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한다. 그러나 조금만 더 견디고 달리면 기운이 다시 샘 솟고 마음도 편안해지는 '세컨드 윈드(Second Wind)'가 찾아온다. 영웅과 범인의 차이는 5분이다. 그 짧은 시간에 하늘과 땅 같은 차이가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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