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5시(한국시간 18일 오전7시)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한국 원화가 미국 달러에 대한 선물 및 옵션 거래를 시작했다. 시카고 시간으로 이날 저녁10시30분, 10월 거래분 원ㆍ달러 선물 30건의 계약이 체결됐다. 거래총액은 약 400만달러. 한국돈이 세계최대 통화선물 및 옵션시장에서 첫 거래된 내용이다. 이로써 원화 파생상품은 글로벌 통화시장의 심장부에서 국제화의 첫 발을 내디뎠다. CME와 국내은행들은 18일부터 한국 원화가 시카고 통화선물 및 옵션시장에서 거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정부의 원화 국제화 정책에 따른 것이다. CME에서의 원화 거래는 세계최대 통화 파생상품시장에서 24시간 거래됨으로써 원화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게 됐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지금까지 원ㆍ달러 선물은 장외시장(OTC)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만 거래가 이뤄졌다. 하지만 NDF 시장은 거래나 운용의 주체 등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거래의 투명성이 의문시됐었다. 이준규 외환은행 외환운용팀 과장은 “전세계 투자자들이 시간 제약 없이 증거금만으로 원화 선물을 거래한다는 것은 원화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앞으로 외환시장 마감 이후 원ㆍ달러 시장의 유동성 제고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CME를 통한 원ㆍ달러 선물 거래가 활성화되면 NDF 시장 거래의 상당 부분 흡수, 외환시장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외환거래의 투명성이 확보되면 시장가격의 왜곡을 막고 시장 참가자와 정부가 실시간으로 외환시장을 모니터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에 투자하려는 외국인들이 환리스크를 피하는 수단을 확보하게 돼 국내 투자가 늘어난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현물을 팔고 원화를 사들여 CME 시장에서 원ㆍ달러 선물을 매도하면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CME 거래 활성화의 조건으로 유동성 확보를 꼽고 있다. 유동성을 확보하려면 시장조성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시장 조성기관(market maker)으로 국내에서 외환은행과 우리은행ㆍ산업은행 등 3곳과 외국계로 영국의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 싱가포르의 DBS가 선정됐다. 이들은 유동성 공급 역할 외에도 호가 제시 등을 통해 시장을 조성하게 된다. 이정욱 우리은행 외환시장운용팀 과장은 “국내 외환거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스팟(현물)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역외 시장인 NDF 거래량의 절반 정도는 흡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ME는 연간 8억건, 460조달러에 이르는 통화 선물ㆍ옵션 거래가 이뤄지는 세계최대 파생상품 시장이다. 외환은 물론 금리, 주가지수, 농산물, 에너지 및 날씨, 부동산 등 실물자산과 연계된 파생상품이 전자 트레이딩 플랫폼인 CME 글로벡스(Globex)를 통해 거래된다. CME에서 원ㆍ달러 선물ㆍ옵션 1계약 규모는 1억2,500만원(미화 13만달러 상당)이다. 1계약당 틱(Tickㆍ주문의 가격단위)은 12.50달러이며 수수료는 1.60달러로 결정됐다. 그러나 CME 측은 거래 활성화를 위해 향후 6개월 동안은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