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과 고난의 시간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 중 하나인 이곳에서 지나간 일들을 깊이 성찰하고 지금까지의 경영을 되돌아보고 있습니다”(정몽구 회장, 5월12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옥중서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법원의 보석허가로 구속 이후 62일간의 수감생활에서 벗어남에 따라 그의 ‘옥중 경영구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회장은 수감 중 그동안 면회를 왔던 측근들 및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지금까지 세계 최고의 기업을 만들어야겠다는 일념으로 일한 나머지 각계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못한 점이 많았다”고 언급, 경영복귀 후 그룹 전반에 대한 혁신적인 변화를 시도할 것임을 예고했다. ◇브랜드 이미지 회복 대대적 혁신 착수=정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 가장 먼저 어디부터 손을 댈까. 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국내외에서 훼손된 브랜드 인지도 및 이미지를 회복시키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며 “앞으로 투명경영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우선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정 회장은 그동안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는 현대차”를 수시로 강조했다. 지금과는 사뭇 다른 이미지, 다른 경쟁력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룹은 이와 관련, 비자금 사태 발생 직후 공표한 1조원 사회헌납과 계열사별 기업지배구조 확립,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 구축 등에 필요한 구체적인 방안의 뼈대를 거의 완성했으며 조만간 내부회의를 거쳐 이를 확정한 뒤 정 회장의 최종 재가를 받을 계획이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기업, 글로벌 초일류에 걸맞은 경영시스템과 지배구조를 갖추지 않으면 더 이상 신뢰를 확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국내외 벤치마킹 사례 수집 등 이를 실천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이번 사태로 국내외 영업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만큼 보다 업그레이드된 마케팅 전략을 통해 이를 만회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그룹 측은 이 같은 대책을 정 회장의 경영복귀 시점에 맞춰 조만간 공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 경영복귀 언제쯤?=관건은 정 회장의 경영복귀 시점. 보석으로 병상에서 심신을 치료 중인 정 회장은 언제쯤 건강한 모습으로 현대차의 새로운 질주에 시동을 걸 것인가. 정 회장이 보석으로 풀려난 지난 28일 밤 아들 정의선 기아차 사장과 김동진ㆍ이전갑 현대차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는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찾아 병문안을 하면서 그룹의 핵심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무엇보다 심신을 치료하는 것이 급한 만큼 의료진의 요청에 따라 정 회장의 입원기간에는 가급적 ‘병상보고’를 자제한다는 게 그룹 내부의 방침”이라며 “그러나 긴급한 현안에 대해서는 간단히 보고하고 의견을 묻는 일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 회장은 옥중에서도 정 사장을 포함, 면회를 오는 측근들에게 수시로 그룹의 경영현안에 대해 묻는 등 한시도 관심을 떼지 않았다는 게 그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 회장은 이에 따라 입원기간에 악화된 건강 및 정신적 후유증을 치유하는 와중에도 중요 사안을 직접 챙기면서 최소한의 ‘병상경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수시 ‘현장경영’을 통해 그룹 안팎에 메시지를 전하고 경영을 구상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경영복귀는 의료진이 밝힌 2주간의 입원치료 및 잠깐 동안의 휴식기간을 거친 다음달 중순께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와 관련, 정 회장이 다음달 중순 이후 곧바로 사업현장을 찾거나 그룹 경영진 회의를 소집하는 방식 등을 통해 그동안의 소회를 밝히면서 향후 그룹의 변화와 관련한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대내외에 전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