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왜 남성복 숍매니저를 하느냐구요? 남성복 매장에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지요”
롯데백화점 신사복매장 DKNY의 숍매니저 신진영씨 는 어쩌다 남성 정장을 판매하게 됐느냐는 질문을 간단 명료하게 받아넘겼다.
그녀가 처음 일을 시작한 곳은 지금은 없어진 논노의 `마르시아노`.
하지만 이 업체가 도산 한 후 신씨는 에스콰이어의 남성복 브랜드 `소르젠떼`로 옮겨 10년간 근무했다. 첫 아이를 가진 후 직장생활을 그만두려 했지만 회사에서 그녀를 붙들어두기 위해 없는 부서를 만들어 주는 열성을 보여 주저앉았다.
그녀가 남성복 매장에서 일을 계속 할 수 있도록 도와준 또 다른 버팀목은 빼어난 미모(?). 37살이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는 그녀는 “지난 5월 아이 엄마라는 이유로 극구 사양했지만 롯데백화점 메이퀸 선발대회에 등 떠밀려 나가서 1등을 했다”며 은근히 아름다움을 자화자찬 했다.
지난해 그녀가 혼자 올린 매출은 자그마치 15억원을 넘었다. 한 달에 1억원 이상을 판매했다는 얘기를 듣고 “주머니에 들어온 수입은 얼마나 되느냐”고 묻자 “1억원은 넘지만 직원 월급 등 이것 저것 빼고나면 큰 돈은 안된다”고 장사꾼 다운 엄살을 떨었다.
하지만 그녀는 많이 버는 만큼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요즘 남자 고객들은 예전 처럼 어수룩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씨는 “수 년전 까지만 해도 골라주는 대로 구입해 가던 남성 고객들은 이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요즘은 고객의 개성을 살려주지 못하면 당장 `유행을 읽는 눈이 이것 밖에 안돼냐`는 타박이 튀어나온다”고 말했다.
그녀는 “DKNY는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감성적 브랜드라 개인적인 기호를 맞추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며 “남자들은 여자들 보다 논리적으로 따지고 들기 때문에 상대하기가 더 까다롭다”고 말했다.
신씨는 여성복 브랜드에서 일해보고 싶은 생각이 없느냐는 마지막 질문에 “제의를 받은 적도 있지만 지금 일하고 있는 DKNY의 옷맵시가 예뻐서 계속 일하고 있다”며 은근한 제품 자랑으로 말을 맺었다.
<우현석기자 hnskw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