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국인 맞춤 의약품 허가 늘어난다

해외에서 개발된 신약에 대한 한국인의 약물 반응이 서양인을 비롯한 외국인과 차이를 보이면서 국내 시판 전 한국인 특성에 맞춰 허가사항을 변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미국계 제약회사인 한국릴리는 지난달 말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항혈전제 '에피언트'의 허가를 받으면서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허가사항을 국내에 맞게 고쳐야 했다.


미국과 유럽의 허가사항에는 75세 이상과 60kg 미만의 환자라도 의사의 판단에 따라 에피언트 저용량인 5mg을 처방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체중이 60kg 미만이거나 연령이 75세 이상인 성인의 경우 서양인에 비해 출혈 부작용이 높게 나타나 에피언트를 아예 투여하지 못하도록 허가사항을 바꿨다.


이는 지난해 영국과 국내에서 실시한 한국인에 대한 임상시험과 용량연구에서 체중이 60kg 미만인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의 경우 코카시안 계열에 비해 에피언트의 혈중 농도와 혈소판 억제력이 높게 나타나 출혈 위험이 큰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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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릴리 관계자는 "전 세계 30개국에서 임상시험을 실시하면서 한국인의 약물 반응이 서양인과 다르게 나타나 허가사항을 바꿨다"라고 말했다.

한편 식약청은 2000년부터 해외에서 개발된 신약의 안전성과 유효성 심사를 할 때 다국가 임상시험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인과 외국인의 민족적 특성을 비교분석한 자료를 제출토록 해 한국인의 약물반응을 확인하는 '가교'(Bridging)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가교 자료의 검토결과에 따라 보건당국은 해외 신약의 용법용량을 변경하거나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추가 임상시험을 지시하게 돼 있다.

한국노바티스의 고혈압치료제 라실레즈는 해외에서는 합병증에 따른 고혈압을 포함한 모든 고혈압 치료에 효과가 인정됐지만, 국내에서는 유전적 요인에 따른 본태성 고혈압에만 효과가 제한됐다.

한국릴리의 항우울제 심발타캡슐(성분명 둘록세틴염산염)도 한국인의 경우 오심, 구토 등 이상반응으로 인한 임상 탈락률이 높게 나타나 일부 환자의 경우 1주일간 저용량(30mg) 투여 후 반응을 살핀 뒤 용량을 높이도록 허가용량을 바꿨다.

식약청 허가심사조정과 박인숙 연구관은 "각 민족과 나라에서는 유전적 요인과 식생활 문화 등 외ㆍ내인성 요인에 따라 약물반응이 다르게 나타난다"라며 "민족 간 임상결과의 차이에 따라 허가사항을 달리하는 가교제도는 장기적으로 개인별 맞춤요법으로 발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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