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여인과 자동차

모터쇼나 신차 발표장에 가면 훤칠한 스타일의 여자모델이나 도우미가 자동차 옆에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보는 사람에게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여성을 상품화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최근에는 모델이 입는 옷의 노출수위도 낮추고 남자모델을 함께 세우거나 캐주얼한 의상을 입은 평상의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는 쪽으로 다소 흐름을 바꾸고 있는 곳도 있기는 하다. 필자와 같이 자동차 업계에 있는 사람은 ‘여인’과 ‘자동차’가 여러 면에서 공통점이 있어 잘 조화를 이룬다고 생각한다. 자동차는 공기의 흐름을 가로질러 달리기 때문에 공기저항을 적게 받는 유체역학적인 곡선을 지향한다. 자연히 여체의 곡선 같은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선을 따르게 된다. 자동차의 후면은 여체의 둔부를 연상하게 한다. 피카소의 여성편력은 박수칠 일이 아니겠지만 여기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어 걸작을 창조한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실제 자동차를 스타일링하는 디자이너는 조물주가 창조한 가장 훌륭한 작품이라는 여체에서 영감을 얻거나 도움을 받는다. 즉 여인은 예술적 모티브를 부여하며 창조의 매개 역할을 하는 훌륭한 산파인 것이다. 화사한 차림의 여인이 옷자락을 펄럭이며 미소를 지으면 계절이 앞당겨오는 듯한 느낌이 들 듯이 그들의 자태는 차를 돋보이게 할 뿐만 아니라 그 차가 가져오는 라이프스타일과 멋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가 신차 발표회를 가질 때 새로 나온 차의 이미지와 콘셉트에 잘 맞고 차를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모델을 초빙하는 일에 가장 노심초사하는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자동차 회사는 신차 효과를 먹고 산다는 얘기도 있다. 신차를 출시할 때 화려한 색조의 무대에서 팡파르를 울리며 강한 인상을 줘야 다음 신차 때까지 그 열기와 호응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자동차라는 상품의 이미지를 감성적인 면에 호소하는 상업적인 예술 연기자들이 바로 자동차 모델들이며 연예인의 의미가 문자 그대로 예술을 연기하는 사람이라면 이들도 이에 진배없지 않는가. 추운 날씨에 야외무대의 포토라인에 서서 미소를 짓느라고 뺨은 굳어지고 온몸에 한기가 차오르는 어려움을 무릅쓰고 자동차에 생명력과 향기를 불어넣는 연기자로서 말이다. 우리 사회가 이러한 부분도 문화 예술의 한 장르로 인정하고 관대한 시각으로 봐줘야 공연예술뿐만 아니라 패션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성과 깊이도 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