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슬픈사랑의 전설을 찾아…

남해바다 하얀섬 白島 '천연기념물 낙원'1,000리 육지길에 다시 100리 바닷길. 길고 긴 여정은 설레임이었다. 슬픈 사랑의 전설이 서려있는 섬, 백도로 가는 길이다. 서울서 여수까지 자동차로 6시간, 여수에서 거문도까지 여객선으로 2시간. 다시 거문도에서 쾌속선에 올랐다. 배 꼬리에 기대 섰다. 바다 바람이 매섭다. 쾌속선이 가르고 지나가는 자리마다 물결은 가르마처럼 갈라지고, 하얀 포말이 생멸을 거듭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 물거품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길 1시간 반쯤. 거대한 바위 무리가 나타났다. 애절한 전설이 서려있는 섬, 백도다. 백도는 전남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에서 동쪽 28km에 위치한 섬. 바다 속에 60개 바다 위에 39개, 모두 99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섬 전체가 흰색을 띠고 있다. 그래서인지 섬 이름이 백도(白島)가 된 까닭이 1백(百)에서 하나 부족하다고 해서 '백(白)도'가 됐다는 설과 색깔이 하얗다고 '백(白)도'가 됐다는 설로 맞선다. 이 섬은 애절한 사랑의 전설이 서려있다. 그 전설의 대강이다. 먼 옛날 옥황상제의 아들이 잘못을 저질러 바다 속 세계로 유배됐다. 그런데 상제의 아들은 하라는 반성은 하지 않고 용왕의 딸과 뜨거운 사랑에 빠져버렸다. 옥황상제는 화가 치밀어 신하들에게 명을 내렸다. "당장 그 놈을 잡아올려라." 그러나 사랑에 취한 왕자의 마음은 요지부동. 아들을 잡으러 간 신하들도 감감무소식이 됐다.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옥황상제는 결국 자신의 아들과 용왕의 딸은 물론, 신하들까지 모조리 바위로 만들었다고 한다. 하늘 왕의 아들과 바다 왕의 딸의 이루지 못한 사랑은 백도의 서방바위ㆍ각시바위ㆍ보석바위ㆍ매바위ㆍ석불바위ㆍ형제바위 등에 전설로 남아 숨쉬고 있다. 전설의 섬, 백도는 '자연의 보고'이기도 하다. 섬 안에는 천연기념물 215호인 흑비둘기를 비롯, 휘파람새, 팔색조 등 뭍에서는 보기 힘든 30여종의 조류와 120여 종의 희귀 동물이 살고 있으며 소엽풍란과 눈향나무, 원추리등 40여 종의 야생식물과 들꽃이 서식하고 있다. 백도를 찾자면 반드시 거문도를 거쳐야 한다. 거문도는 역사와 자연의 향기가 담뿍 담긴 곳. 고도ㆍ동도ㆍ서도의 3개 섬으로 이루어진 이 섬은 중국 청나라 제독 정여창이 귤은 김유라는 대학자와 필담을 나누다가 그의 문장력에 탄복하여 거문도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곳엔 구한말 제국주의 열강의 다툼 끝에 벌어진 비극 '거문도 사건'의 흔적으로 영국군 묘지가 고도에 남아있고, 조선시대 유학자 김유를 기리는 거문사, 동시대 유학자 만해 김양록을 기리는 서산사 등 역사유적지가 많다. 거문도 여행에서 서도 남쪽 끝에 위치한 수월봉에서 북쪽으로 보로봉까지 이어지는 트레킹을 빼놓을 수 없다. 새벽녘 수월봉 끝 등대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세상 시름일 잊게 하고, 동백나무로 동굴을 이룬 산책로는 깊은 운치가 있다. <여행메모> ◇여행상품= 미사연산악회(www.misayeon.pe.kr)는 12월 23일~25일과 12월30일~1월1일 2박3일 일정으로 '백도 여행' 상품을 준비했다. 여수 향일암과 오동도와 거문도 트레킹 등으로 짜여졌다. 17만5,000원. (02)536-4311 ◇서울~여수= 자동차로 순천IC~여수방면 4차선도로~36Km~여수시, 또는 서울역에서 기차 이용(1544-7788). ◇여수~거문도= ①데모크라시(초쾌속선) 매일 오전8시와 오후3시 2회운항, 1시간 30분 소요, 요금 2만4,550원, (061)663-2192~3 ②순풍호(고속선) 오후2시30분 1회운항, 2시간 40분 소요, 요금 2만4,550원, (061)663-2824 ◇거문도~백도= 거문도에서 28km, 왕복 3시간 20분 소요, 요금 1만5,000원, 문의 ㈜온바다 (061)663-2191 ◇숙박= 32실 규모의 가장 큰 여관 거문장(061-666-8052) 외 10여개의 여관과 민박집이 다수 있다. ◇문의= 여수시 삼산면 사무소 (061)690-2607, 여수 여객선터미널 (061)666-8215, 여수시청 문화관광과 (061-690-2225) <사진설명>하백도의 서방바위(가운데 손가락처럼 솟은 바위)일대. 자손이 없는 이가 이곳에서 공을 들이면 자손을 얻게 된다는 말이 전해온다. 여수= 글ㆍ사진 문성진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