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비자금과 새로운 출발

현대자동차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변칙적인 경영권 승계 과정을 둘러싼 수사로 나라 안팎이 떠들썩하다. 이번 수사의 결과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영권의 향배는 물론 현대차그룹의 노사 관계, 협력 업체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대차는 원화 강세와 고유가 등을 이유로 연초부터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협력 업체의 납품 단가를 후려쳐 원성을 샀다. 현대차 과장급 이상 직원들은 임금 동결을 결의했고 노조도 임금 동결에 응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비자금 사건이 터지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검찰 수사 결과 현대차그룹은 경영권 승계 등을 위해 전사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탈법ㆍ편법적인 인수합병(M&A) 및 정ㆍ관계 로비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 직원들은 물론 국민들도 ‘속았다’며 분개하고 있다. 당장 현대차그룹 노사 관계에 빨간 불이 켜졌다. 지난 98년 정리해고 이후 흩어졌던 조합원들의 마음을 추스르며 박차를 가해온 ‘글로벌 경영’도 오너가의 비리로 추진력이 떨어지게 됐다. 협력 업체들도 수사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협력 업체들은 현대자동차 등 5개 완성차 업체 사장단이 3월 말 산업자원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부품 업체에 연구개발(R&D), 원자재 공동구매 등으로 4년간 14조3,000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번 사태로 제대로 이행될지 걱정하고 있다. 또 비자금 사건으로 현대차그룹의 일방적인 납품 단가 인하 요구가 수그러들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현대차 노조의 파업으로 이어져 ‘새우 등’이 터지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10%를 넘고 전후방 연관 효과도 큰 산업이다. 현대차그룹 오너가와 노사, 검찰을 비롯한 정부 당국은 이번 사태가 현대ㆍ기아차는 물론 한국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전기가 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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