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염기서열의 유전자 조각을 대량복제할 때 쓰이는 유전자증폭(PCRㆍ용어설명 참조) 기계보다 복제속도가 10배 빠른 시스템이 개발됐다.
특히 이 시스템은 에이즈바이러스(HIV) 등에 감염된 초기 단계에서도 바이러스 유전자 조각을 대량복제, 질병에 걸렸는지 여부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어 진단용 바이오칩 분야에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0일 CJ㈜에 따르면 서울대 응용화학부 세포ㆍ미생물공학연구실의 김정아(25)씨는 PCR 및 마이크로 바이오칩 기술을 응용해 유전자 조각을 칩 위에서 연속적으로 대량복제할 수 있는 바이오칩(continuous-flow type chip) 시스템을 개발했다.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씨는 이 기술로 지난 8일 CJ 바이오사업본부가 한국화공학회와 공동으로 주최한 `제1회 CJ 바이오 논문상`을 수상했다.
김씨가 개발한 마이크로 바이오칩은 반도체칩 제작기술을 응용해 실리콘 웨이퍼에 시료(DNA 용액 등)이 흘러갈 수 있는 미세 채널을 만든 뒤 플라스틱(PDMS)으로 몰딩, 채널을 완성하고 시료를 흘려넣을 수 있는 유리튜브를 붙인 것. 시료를 흘려넣으면 기존 PCR 기계에서 온도에 따라 3단계로 반복되는 복제 과정이 채널을 따라 흐르면서 칩 위에서 연속적으로 일어나도록 온도가 다른 3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각 구역은 정밀센서ㆍ온도조절기가 장착된 소형 히터와, 유리로 된 주입구는 샘플의 양과 유체흐름을 정밀제어하는 펌프와 각각 연결돼 있다.
김씨는 “아직 성능ㆍ경제성 면에서 기존의 전통적 방법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추후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이라며 “전통적 분석시스템에선 현장에서 시료를 채취한 뒤 실험실에서 복잡한 분리ㆍ정제ㆍ분석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많은 시료와 시간이 필요하지만 새 칩은 수㎕의 시료를 칩 위의 미세 채널과 구조물에 흘려넣으면 분리ㆍ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제적이고 자동화가 가능하며 오차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도교수인 박태현 서울대 응용화학부 교수는 “DNA 가닥의 수가 적을 경우 PCR 기계로도 복제가 잘 안되지만 마이크로 칩을 이용하면 태평양에서 찾던 배를 작은 호수에서 찾는 것처럼 이 과정이 손쉬워진다”며 “또 PCR에 걸리는 시간도 기존의 수시간에서 수분으로 줄일 수 있어 질병진단 분야에서의 상용화 전망이 밝다”고 평가했다.
(용어설명)
◇PCR=일반적으로 유전자증폭(Polymerase Chain Reaction)으로 해석되며 특정 염기서열의 유전자 조각을 수십~수백만개로 대량복제하는 바이오 분야의 핵심 기초기술을 일컫는다. 온도에 따라 3단계 과정(92~95℃에서 두 가닥으로 돼있는 DNA를 한 가닥씩 분리→ 55~60℃에서 분리된 한 가닥의 DNA 사슬에 프라이머(primer)라는 상보적 DNA 단편을 부착→ 72℃에서 프라이머로부터 상보적 유전자를 붙여 나가 원하는 조각을 만든 뒤 두 가닥으로 만든다)이 한 사이클이 돼 반복된다. 한 사이클이 반복될 때마다 복제하려는 유전자 조각의 수가 2개, 4개, 8개, 16개, 32개 식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25~30 사이클이 돌아가면 수백만개가 된다.
<임웅재기자 jael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