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주류 종가세 폐지해야

배상면 <배상면주류연구소 소장>

우리나라의 주세법이 처음 시행된 것은 지난 49년이다. 이후 국민들의 소득수준 향상과 맞물려 술 소비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주세법이 시행된 지 55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면서 과연 주세법이 우리나라의 주류산업에 얼마나 기여했을까. 필자는 주류산업에 50년 외길을 걸어왔다. 그런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발전은 고사하고 오히려 퇴보 시켰다고 답변하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지금의 주세법이 빚어내는 많은 부작용을 직접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지나친 규제 주류업 퇴보시켜 그 부작용이란 한마디로 ‘지나친 규제’로 요약할 수 있다. 지구상에서 우리나라만큼 주류에 대해 규제가 많은 나라도 없다. 정부가 주류에 세금을 부과하는 목적은 바로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주류 소비를 억제하고 국가재원을 확보하려는 데 있다. 그러나 그것도 어느 정도라야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것이지 온갖 분야에 엄격한 통제를 가하다 보면 이른바 ‘변칙’이 독버섯처럼 생겨나게 된다. 신제품 개발만 해도 첨가물 제한 등 각종 규제가 뒤따르고 유통ㆍ판매까지 감안하면 무려 100여가지의 규제가 있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엄격한 규제가 국민건강을 보호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 세금 수입 등 정부 입장과 편의에 규제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세원 확보를 위해 부과되는 종가세제도는 우리나라 주류산업을 퇴보시켜온 중대 요인 중의 하나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우리나라의 주류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종가세(從價稅)를 폐지하고 종량세(從量稅)로 세제를 바꿔야 한다. 지금의 종가세는 우리나라 주류의 경쟁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는 수입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높은 세율을 부과해야 한다는 단순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사고일 뿐이다. 수입을 억제하면 우리보다 앞선 외국의 주류기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되고 결국 질 높은 수입주류와 경쟁할 제품 창출 의지를 상실하게 할 우려가 있다. 또 수입 억제를 위해 지금보다 높은 세율을 매긴다고 해도 어차피 수입은 하게 돼 있다. 그러다 보니 국내제품끼리 기술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도 빚어지고 있다. 물론 수입품 중 가격이 무려 10배 이상이나 높은 고가의 경우 종가세제도하에서는 엄청난 세수입을 기대할 수 있으니 정부 입장에서야 당연히 종가세를 고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수입해오는 주류의 경우 일본 등 대부분 종량세제도를 채택하는 나라에서 수입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만일 지금의 종가세를 종량세제로 전환한다면 우선 주류 원료의 고급화로 주질 개선을 촉진하고 상표 및 병 등 주류 포장의 개선 촉진, 음주문화 개선으로 국민보건 및 안전 등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주류 제조에서는 저장을 통한 주질의 고급화를 꾀한다는 개념조차 없다. 독일ㆍ프랑스 등 주류 선진국들은 포도주를 비롯해 모든 증류주에 품질 고급화를 위한 저장기법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저장에 따른 자금이나 노력비가 지속적으로 부담돼 결국 주가 인상으로 이어지게 돼 있다. 종량세로 바꿔 주질 고급화를 따라서 지금과 같이 종가세를 채택할 경우 외국산 주류가격의 인상에 따른 영향으로 국내에서도 주류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게다가 주류의 질적 향상은 물론 디자인 등 외형의 중요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까다로운 주세제도 때문에 어렵다는 것이다. 내용물과 술을 담은 용기와 포장 비용까지 합산한 가격에 세금을 부과하는 종과세제도 때문이다. 결국 우리나라가 외국산 주류와 경쟁할 수 있는 고품질의 술을 개발하려고 해도 지금과 같은 종가세제도하에서는 ‘뜬구름 잡는 얘기’일 뿐이다. 정부 당국자들의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