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속에 소비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병원을 찾는 환자도 줄고 있는 가운데 특히 비 보험진료가 많은 치과·성형외과·피부과 등은 매출 감소가 일반병원보다 상대적으로 더욱 심화하는 등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들 병원들이 시술비를 내리는 등 고육지책을 쓰고 있는데도 환자가 크게 줄어드는 등 불황의 여파를 심하게 받고 있는 것이다. 보약 판매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의지하고 있는 한의원도 수요가 급감, 한파를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22일 수도권의 병ㆍ의원에 따르면 성형외과·피부과·치과 등 일부 의료기관이 높은 가격의 치료비용을 낮추고 있지만 경기불황에 따른 환자들이 갈수록 줄면서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원시 L성형외과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오전, 오후로 나누어 하루에 두 번 이상의 성형수술을 했는데 요즘에는 수술이 없는 날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성형외과 원장K씨는 “한 달에 50~60건 정도의 수술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20건 정도로 줄었다”며 “IMF 당시보다 더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C성형외과는 3개월 전까지 매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던 지방흡입수술 환자가 40%까지 줄어 하루 평균 2~3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피부과도 마찬가지다. 레이저치료 등 미용진료환자만 하루 평균 20명이 넘었던 M피부과는 비보험 진료인 아이피엘(피부미백 시술) 시술비를 회당 4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점 빼는 수술을 개당 5만원에서 3만원으로 가격을 대폭 내렸는데도 환자 수는 오히려 10명 안팎으로 줄어든 실정이다.
서울 강남ㆍ북에 지점이 있는 한 피부과 네트워크 원장은 “미용을 주로 하는 강남지점은 신규 환자가 크게 줄고 기존 고객들도 노화ㆍ레이저 치료 등 고가 치료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최근 주변 두 곳의 피부과가 잠정 휴업 또는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치과 환자 감소는 더욱 심한 편이다.
수원지역 내L치과는 200만원가량하던 임플란트 시술비를 180만원으로 낮추고 치솟는 금값에도 불구하고 금보철(30만~40만원) 비용을 동결했지만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최근 들어 절반 이상 줄어든 하루 10~15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환자들은 금보철 대신 보험이 적용되는 값싼 아말감보철을 선호, 관련 환자가 올 초보다 20% 이상 늘었다.
보약 수요가 늘어나는 가을철이 성수기인 한의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한의원 택배업을 하는 최모(30)씨는 “보약 배송량이 예년에 비해 30% 이상 크게 줄어든 것 같다”고 밝혔다.
강남구 논현동의 한 한의원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가족이 함께 먹던 보약을 돈을 아끼기 위해 자녀에게만 먹이는 부모들도 늘어났다”며 “가을철 보약특수는 옛말”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의원들은 경기 여파를 덜 받는 관절염ㆍ비염ㆍ척추 등 질환의 전문치료분야를 내세우며 환자 잡기에 나서고 있다.
병원 관계자들은 “이 같은 경기불황이 장기화할 경우 비보험 진료가 많은 성형외과ㆍ피부과ㆍ치과 등은 문을 닫는 곳이 더욱 늘어날 것” 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