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수사권 조정 난항속 '경찰 길들이기'

검찰 요즘 수사권지휘ㆍ유치장 감찰 강화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경찰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대폭 강화하는 듯한 행태를 보여 `경찰 길들이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 목소리가 커질 때마다 이런 요구를 억누르는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의심을 받아온 검찰의 수사권지휘나 유치장 감찰이 요즘 과도하게 행사되고 있다는 것이다. ◆ 경찰 수사지휘 강화 = 서울 남부지역의 한 경찰서 강력팀장은 8일 "최근 검사들이 아주 사소한 문제를 트집잡아 수사 재지휘를 내리거나 영장 신청을 기각하는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절도와 강도 전과가 있는 피의자가 6개월 전 도박판에서 강도행각을 벌이다 검거돼 구속영장이 신청됐는데도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검사가 이를 기각하는 바람에 불구속 수사를 해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불만은 사건 초기단계부터 세부적인 부분까지 검사의 지휘를 수시로 받는사기 등 고소사건보다 형사사건을 수사하는 경찰관들로부터 집중적으로 터져 나오고있다. 검찰이 정례적으로 실시하는 유치장 감찰에 대해서도 경찰은 곱지 않은 시선을보내고 있다. 유치장에 한정돼야 할 감찰이 경찰 업무에 대한 `전면 감사'로 변질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 통상 분기별로 실시되는 일선 경찰서 유치장에 대한 감찰은 유치장에서 인권유린 사례가 없는지 점검하는 것이 본래 목적이지만, 검찰이 이를 경찰 통제의 기회로삼고 있다는 것이 경찰의 시각이다. 서울 남부지역 경찰서의 한 초급 간부는 "최근 검찰이 우리 경찰서 유치장 감찰을 나와서 내사종결 처리부, 각 수사부서 당직사건 처리부, 통신사실 조회대장 등 최근 1년 간 작성된 각종 서류 중 약 500쪽을 복사해 갔다"고 말했다. 그는 "1천 쪽이 넘는 112신고처리 장부 1∼2개월 치를 통째로 가져 가서 3일 뒤에 돌려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간부는 "평소 모든 사건수사는 검찰의 지휘 하에 이뤄지고 매달 감찰도 나오는데 분기별 집중감찰 때 왜 1년치 수사기록과 대장을 복사해 가는지 모르겠다. 이는 경찰을 통제하겠다는 검찰의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인접 지역 경찰서의 다른 간부는 "우리 경찰서는 이번 집중감찰 때 검사들이 나와서 수사과장실에서 30분 가량 덕담만 나누다 갔다"며 감찰 강화와 수사권조정은 별개 사안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 `경찰비리 겨냥 집중 내사설' = 검찰이 경찰의 비리를 캐내려고 집중적인 내사를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경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경찰서의 경감급 간부는 "2개월 전 관내 대형 유흥업소 4∼5곳에검찰이 들이닥쳐 업소의 장부 일부를 가져가서 경찰의 비리를 캐려고 했으나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경찰에 심리적 압박을 가하려고 이런 행위를 계속하면 경찰의 범죄첩보 수집 활동을 위축시켜 수사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서울 서부지역 경찰서의 과장급 간부는 "검사장 승인이 필요한 전화통화 사실조회 등에 최근 검찰이 내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와 모두 신경을 곤두세우고있다. 우리도 컴퓨터 사용 사실 등을 자체 감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의 이런 시각에 대해 검찰측은 `인권옹호와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수사지휘권은 검사의 고유권한이다'라는 원칙론을 내세우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서울 북부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문제는 누가 누구 위에 있고 아래에 있느냐가아니고 생산적 협력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국민 일부가 검찰에 대한 반감을 이용해검찰 수사 지휘권을 약화시키겠다는 것은 포퓰리즘적 발상이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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