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공기관 이전 정치논리 배제돼야

정부가 지방으로 이전할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177개 명단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또 이전대상 공공기관 가운데 매출액과 자산규모를 기준으로 상위 30개 기관을 별도로 발표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한전 이전에 대해서는 서울 잔류 방안까지 포함해 27일께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정부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 이전은 당초 5월 말까지 끝낸다는 계획이었으나 다시 6월 중순으로 연기하는 등 그동안 3차례나 미뤄져 왔다. 지자체와 지역 국회의원의 유치경쟁이 치열해지자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중앙정부와 14개 시도지사는 지난 3월 말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5개항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발전 원칙을 재확인하고 기본협약 후 이행협약 체결을 추진하되 정치논리에 의한 배분을 철저히 배제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유치경쟁이 과열 양상을 띠고 야당마저 외면하자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사실 지난 73년 지방이전 대상 46개 공공기관의 현주소를 살펴볼 때 공공기관 이전은 그리 손쉬운 문제가 아니다. 당시 46개 기관 가운데 계획대로 옮긴 곳은 28개에 지나지 않고 아예 옮기지 않은 곳이 7개, 갔다가 돌아온 곳이 4개, 지방 대신 수도권으로 옮긴 곳도 7개나 됐다. 국가 전체로서의 효율성은 일단 무시하고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공공기관 이전을 시도한 자체에 문제가 없지 않으나 이왕 옮기기로 했다면 효율적인 기능분산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지금 지자체들이 갈구하는 것처럼 단순히 세수 증대나 지역경제 활성화 문제로만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특히 지역산업과의 연관성을 고려하고 지자체 스스로도 연구ㆍ교육 기능 등을 강화해 유치능력을 갖춰나가는 게 필요하다.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간 이해다툼의 희생물로 전락한다면 결코 국가균형발전이나 혁신도시 건설이 제대로 추진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전 후 수도권 사무소가 본사 역할을 하는 편법이 성행된다면 소기의 성과를 얻기가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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