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5월 18일] "아빠 힘내세요"

얼마 전 한 모임에서 우리나라 남편들이 아내에게 쫓겨나는 이유를 세대별로 구분해놓은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이유인즉슨 30대는 밥 세끼 잘 챙겨먹고 간식을 달라 해서고 40대는 아침밥을 해달라고 해서라고 한다. 50대는 감히 '어디 가냐'고 묻다가, 60대는 '한번 따라가자'고 말했다가 그리 됐단다. 70대는 "당신, 아직도 안 죽었냐?"며 …. 또 하나. 요즘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서는 3박자가 갖춰져야 한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 그리고 마지막이 '아빠의 무관심'이란다. 물론 누군가 웃자고 만든 이야기겠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가장의 위치가 이렇게 추락했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엿보게 돼 대한민국 가장의 한사람으로서 마음 한켠의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자. 헛기침 한번에 가족들을 바짝 긴장시킨 이들이 우리의 아버지였다. 아랫목 이불 속에 꼭꼭 숨겨져 있던 따뜻한 밥 한그릇의 주인공 역시 대한민국 아버지였다. 그런 그들이 시쳇말로 가정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 사실 이들이 누구인가. 지난 1960년대 서독의 1,000m 막장에 들어가 "어찌 이리도 억척스럽게 일하냐"며 현지인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던 사람들이다. 1970년대에는 열사의 땅으로 뛰어들어 오일쇼크 속에서 중동특수를 이끌어낸 이들이다. 이때 벌어들인 수십억달러는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는 토대가 되기도 했다. 1970~90년대 수출주도형 공업화 전략이 시작되면서 야근은 물론 휴일까지 반납했고 산업역군이라는 자부심 하나만으로 직장에 청춘을 바치는 이들이 늘어났다. 자식들 앞에서는 "공부 열심히 하라"는 무뚝뚝한 한마디를 남기며 말이다. 그들의 거친 손과 열정 덕분에 우리 경제는 매년 7~8%의 고도성장을 이뤄내 단기간에 선진국 문턱까지 쫓아갈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ㆍ자동차ㆍ선박ㆍ가전제품을 만드는 나라가 됐다. IMF 외환위기, 미국발 금융위기, 유럽발 재정위기를 거치면서도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라는 명함은 꿋꿋하게 지켜내왔다. 이제는 고속성장의 주역임에도 '가시고기' 같은 삶을 마다하지 않았던 우리시대 아버지들이 어깨를 당당히 펴고 "아빠 힘내세요"라는 응원가를 들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앞으로 '아내가 남편을 찾는 이유'를 정리한 우스갯소리도 돌아다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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