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3월 26일] 주주가 된 팬클럽

스타 팬클럽의 활동 영역이 크게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오빠부대’로 불리던 팬들이 어느덧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해당 연예인 소속사의 주식까지 구입,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팬클럽 연합체인 엘프는 국내 처음으로 SM 소액주주되기 운동을 펼쳐 현재 6만여주(0.37%)를 구입했다. 엘프 회원들은 슈퍼주니어 멤버 13명에서 멤버를 추가하려는 기획사의 움직임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해 소속사 주식을 사 자신들의 뜻을 적극적으로 반영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엘프 회원들은 그룹 구성원에 변화를 주면 해당 기획사 연예인 캐릭터상품 등에 대해 불매 운동까지 벌일 태세다. 이런 현상은 팬덤(Fandom) 시대의 흐름과 함께 더욱 적극성을 띠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화소비자로서 권리를 찾겠다는 의식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겠다. 해당 기획사는 팬클럽 회원들의 주식 매입이 그룹에 대한 관심의 표현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팬클럽의 개입이 도를 넘어선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1980년대 가수 조용필 팬을 중심으로 형성된 팬클럽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오빠부대는 이미 연예인 지망생의 팬클럽까지 결성될 정도로 보편화됐다. 하지만 스타와 버금가는 팬클럽의 권력화로 적지 않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슈퍼주니어의 새 멤버 영입설’과 관련해 슈주의 일부 팬들이 벌인 ‘눈물 시위’는 자신의 스타를 편향적 시각으로 판단하는 팬덤의 한 사례가 됐다. 스타 문화가 건강하게 자리잡으려면 반드시 팬클럽 문화가 건강해야 한다. 팬클럽은 한 사회 내에서 특별한 가치ㆍ지위를 갖는 스타라 할 수 있는 사람이나 사물에 존경과 숭배를 조직적으로 행하고 스타와의 직접 관계를 유지하며 스타를 지원하기 위해 그의 팬들로 형성된 집단을 말한다.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행동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진정한 팬으로서의 표현은 아니다. 그것은 또 다른 조직 폭력이나 다름없다. 이번 주주 참여가 집단 목소리를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온전한 주주 활동이 돼 건전한 팬 문화를 이루는 데 필요한 한 모습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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