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한·미 FTA 이것이 급소] <15>섬유, 부활의 종소리 퍼질까

"美시장 넓어져 '사양' 탈피 기회"<br>10~20% 고관세…작년 對美수출 5억弗 줄어<br>정부도 "농산물 피해 만회" 완전개방에 주력<br>美 엄격한 원산지규정 완화 유도가 성공 관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관세철폐와 자유무역 촉진으로 얻어질 이익에 대한 국내 제조업의 기대는 상당하다. 특히 섬유업계는 공산품 중 유달리 섬유류에 고관세를 매기고 있는 미국시장이 크게 확장될 것이라는 희망을 감추지 않는다. 구조조정, 공장 가동중단, 생산시설의 해외이주 등 그동안 국내 섬유업계는 온갖 악재 속에 대표적 사양산업으로 취급되는 수모를 겪어왔다. 섬유업계가 한미 FTA를 부활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얀 포워드’(Yarn Forward)로 불리는 미국의 엄격한 원산지 규정이 한미 FTA 협상에서 어떻게 풀릴지가 성공의 관건이라 여전히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70ㆍ80년대 한국 경제의 견인차였던 섬유산업은 날로 그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섬유수출은 2001년 161억달러에서 지난해 140억달러로 추락했다. 5년 연속 수출은 감소했고, 특히 2005년 미국의 쿼터 폐지로 중국ㆍ동남아 등의 경쟁업체에 시장을 잠식당해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보다 12억5,000만달러나 줄었다. 환율하락ㆍ유가상승 등 대외여건도 악화일로인 가운데 한미 FTA 추진은 오랜만에 섬유업계에 찾아온 희소식이다. 미국은 평균 공산품 관세가 2~3%에 불과한데 유독 섬유제품은 10% 이상의 고관세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미수출 비중이 큰 의류 등은 20%를 넘는 고관세 품목도 많다. 관세철폐에 따른 확실한 가격경쟁력 제고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염규배 섬유산업연합회 국제통상팀장은 “쿼터 폐지로 2005년 대미수출이 전년에 비해 5억달러 이상 감소했다”면서 “FTA가 이를 상당 부분 만회해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 국내 공장을 유지 중인 고급 의류업체의 경우 구태여 공장을 외국으로 옮겨갈 이유가 약해지는 것이다. 정부 협상단 역시 농산물로 인한 피해를 만회해줄 최고 기대주로 섬유를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김종훈 한미 FTA 협상단 우리 측 수석대표는 “섬유 단일업종의 대미 교역규모가 농산물 전체와 맞먹는다”며 미국 섬유시장의 완전개방에 주력할 뜻임을 시사했다. 2004년 기준으로 섬유의 대미수출은 28억4,200만달러를 기록해 26억1,200만달러의 흑자를 냈다. 반면 농산물 대미수입액은 27억4,500만달러로 24억6,000만달러 적자를 봤다. 하지만 섬유 부문 협상에도 걸림돌은 곳곳에 있다. 최대 난관은 미국의 대표적 비관세장벽인 얀 포워드. 얀 포워드는 직물ㆍ의류 등 섬유 완제품에 들어가는 기초 원자재인 ‘실’의 생산지에 따라 원산지를 규정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실 등 섬유 원부자재를 중국 등에서 수입해 완제품으로 수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얀 포워드가 완화되지 않으면 FTA에 따른 관세철폐 효과를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여부도 변수다. 섬유업계는 개성공단의 값싼 인건비를 활용하는 데 가장 이점이 많아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이미 15개 업체가 개성공단 진출을 선언했으며 200여개 업체도 신규 진출을 모색 중이다. 개성공단에 진출한 신원의 한 관계자는 “개성의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되면 현지업체는 중국 이상의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고 전제하면서도 “인정에 실패할 경우 대미수출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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