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차이나 리포트] "철광석 안정적 공급선 확보" 中, 대규모 광산 인수 박차

연간 가격협상제 폐지 따라 철강값 급등땐 비용부담 커져<br>장기 공급계약 체결·광산 개발·구조조정등 대책마련 나서

호주 광산업체인 포테스큐 메탈의 철광석 채굴 현장 전경. 중국 철강업체들의 세계 주요 철광산 인수 붐 속에서 허난성의 발린 철강은 지난해 포테스큐 메탈 지분 16.5%를 12억 호주달러에 매입했다. 사진=서울경제 DB



중국 상하이법원은 지난달 30일 호주 철광산업체 리오틴토의 중국담당 책임자 스턴 후 등 4명에게 각각 7년에서 14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지난해 중국철강협회 등으로부터 영업비밀을 빼냄으로써 중국 철강업체와 호주의 BHP 빌리튼 등 메이저 철광석업체간의 연간 가격협상을 좌초시켰다는게 주된 죄목이었다. 케빈 러드 호주 총리는 즉각 중국 정부가 밀실에서 객관적 증거없이 편파적 판결을 내렸다며 성토했고,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은 중국 법에 따라 정당하게 재판이 이뤄줬다며 러드 총리의 주장을 일축했다. 징역 선고 바로 다음날인 31일 BHP 빌리튼과 세계 최대 철광석업체인 브라질의 발레는 40년 지속돼온 연간 가격협상 제도를 폐기하고 현물시장을 기반으로 분기별로 철강업체와 가격협상을 해나가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중국 주도의 글로벌 경기회복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물 시장의 철광석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는 터에 나온 연간 가격제 폐지는 중국에 청천벽력과 같은 뉴스였다. 연간 가격제는 그 동안 세계 철강업계가 안정적 가격에 대량의 철광석을 공급받을 수 있는 기반이었으며 안정적 조업과 안정적 고용의 토대이기도 했다. 연간 가격제 붕괴는 철광석 가격을 급등시킬 가능성이 크며, 이는 중국 철강업계는 물론 자동차, 부동산, 조선 등 중국의 고속 경제성장을 견인해 온 핵심산업의 원가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경제 전반에 엄청난 부담을 던져줄 것이란 지적이다. 따라서 중국철강협회는 연간 가격협상제 폐지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했고 상무부 등 중국 당국은 즉각적으로 사태 해결을 위한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총성없는 중국 철광석 전쟁= 현재 철광석 시장은 세계 최대 철광석업체인 브라질의 발레와 호주의 BHP, 리오틴토 등 3대 공급업체가 글로벌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하며 쥐락펴락하고 있다. 이에 맞서 세계 철광석 수요의 가장 큰 손인 중국은 이들과 대척점에 서 있어 이해 관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중국의 철광석 수입량은 6억2,800만톤으로 단연 세계 1위이고 세계 철강 소비 시장의 절반 정도를 역시 중국이 차지했다. 13억의 대국이 2000년대 들어 고속성장을 지속하면서 세계 철광석 시장의 제일 큰 수요자가 돼 버렸다. 중국도 철광석 생산국이지만 자체 공급이 모자라 전체 철광석 수요의 60%를 수입으로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안정적 공급선 확보가 절실한 터에 지난해 초 중국에게 기회가 찾아 왔다. 중국은 무리한 설비투자에 나섰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파산 위기에 내몰린 리오틴토 인수에 뛰어들었다. 국영 알루미늄업체 차이날코가 195억달러를 들여 리오틴토 인수 막바지 단계까지 갖었다. 하지만 호주내에 '중국의 자원 싹쓸이'등 반중 감정이 번지면서 호주정부가 등을 돌렸고 결국 딜은 깨졌다. 리오틴토는 중국의 손을 뿌리친 뒤 오히려 BHP와 손을 맞잡고 50대 50의 지분으로 합작사를 설립, 호주 서부에서 철광석 광산을 공동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은 즉각 철광석업체의 담합 구조가 공고해 질 수 있다며 자국의 반독점법을 이용해 리오틴토와 BHP의 합작법인을 무산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제 2라운드 전쟁 돌입= BHP와 발레가 지난 40년간의 철광석 연간공급 계약을 폐기한다고 밝히면서 중국을 비롯한 세계 철강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당장 발레는 일본 철강업체인 스미토모 메탈과 지난 1일부터 분기별로 가격협상을 진행하고 90% 가격 인상안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분기별 협상 전략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현물가격에 맞춰 철광석 가격을 올리겠다는 포석으로 철광석 수요업체들은 적지 않은 비용 부담이 예상된다. 지난해 주요 철강업체들의 연간 가격, 이른바 BM(BenchMark price)는 평균 톤당 60달러(선적전 기준)이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철강 가격이 급등하면서 현물 가격은 톤당 110달러(인도산 선적전 기준)로 2배 가까이에 이르고 있다. 철광석업체들이 당장 현물가격처럼 분기 가격을 올리진 않겠지만 중국을 비롯한 철강업계는 그에 상응하는 가격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V자형 경기회복을 이끌어냈고 지금도 고속성장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산업들은 부동산 건설, 자동차 등으로 대부분 철강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업종들이다. 철광석 가격 상승은 이들 업종의 원가 부담으로 연결돼 이들 산업의 경기를 옥죌 것이 뻔한 터라 중국 정부는 물론 관련 업체들은 분기별 가격협상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폭스바겐 등 유럽 자동차업체들도 철강 가격 상승을 감당할 수 없다며 유럽 당국에 이들 철광석업체의 분기 협상 방식을 반독점범 위반 혐의로 조사해달라고 촉구했다. ◇중국, 대규모 광산 인수에 박차 = 중국 정부가 해외 철광산 인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것은 철광석의 안정적 공급선 확보를 위해서는 결국 주요 철광산을 직접 인수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라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지난달 30일 중국 철강업계 2위인 안샨철강은 호주 광산업체 긴달비에 메탈스와 호주의 카라라 광산으로부터 향후 30년간 650억달러의 철광석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카라라 광산의 수명은 30년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안샨철강은 2011년 하반기부터 철광석을 공급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 철광석 가격 기준으로 이 광산에서 연간 생산되는 규모는 5억8,000만달러에 이르며 광산개발이 정점에 달할 때에는 연 21억달러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앞서 안샨철강은 긴달비에와 함께 16억6,000만달러를 투자해 카라라 광산을 개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중국은 이와 함께 해외 철광산업체와의 가격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공급과잉 상태인 철강업계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에도 나설 방침이다. 수백개의 철강업체들이 난립하다 보니 세계 메이저 철광업체와의 가격 협상력에서 밀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의 지난해 철강 생산량은 7억톤인데 반해 수요는 5억톤에 그치는 등 심각한 공급과잉 상태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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