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12월 18일] '미스터 마켓' 경청하기

주식시장에 몸담아온 기간이 약 15년이다. 짧지는 않지만 남들에게 훈수를 둘 만큼 경력이 많거나 시장에 대한 혜안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직업이라 그런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주 언급하게 되는 것이 ‘미스터 마켓(Mr. Marketㆍ주식시장)’이다. 어설픔에도 불구하고 짧은 지면을 통해 몇 글자 올리는 것은 엄밀히 말하자면 필자 자신에게 하는 반성의 시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싶다. 지난 2003년부터 약 5년간 상승추세를 보이던 우리의 미스터 마켓이 올해는 나름 심술(?)을 부린 한 해였던 것 같다. 그 심술이 어찌나 대단한지 다시는 미스터 마켓을 상종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우리의 마음이 토라져버리기도 했으며 또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재검토하기에까지 이른 것 같다. 미스터 마켓의 심술과 심통이 심해지면 지인들이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는지, 또 무엇을 사야 하는지 등에 대해 가끔 묻고는 한다. 솔직히 난감할 때가 많다. 필자도 누군가에게 그러한 질문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인들과 조금은 다른 점이 있다면 얼마 전부터 비우려고(空) 노력한다는 것이며 경청(傾聽)하려고 시도한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투자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사람이 비우고 잘 들으려고 한다는 말이 다소 엉뚱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심술궂은 미스터 마켓과 대화를 해보려는 필자 나름대로 최소한의 노력이다. 가능한 마음을 많이 비우고 그의 목소리를 잘 듣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해서만, 나의 보유 비중만큼만 들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을 유념에 두지 않고 그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시도해보는 중이다. 그럼 그는 내게 작은 목소리로 말을 해줄 때가 있다. “나를 이기려고 하지마. 나는 나 혼자가 아니거든… 나를 자주 만나려고 해봐. 아무런 선입관 없이 말야….” 미스터 마켓은 항상 변함이 없다. 변하는 것은 나의 마음과 나의 자만심이었다는 생각이다. ‘비우고(空) 잘 들을 때’ 미스터 마켓은 방향을 말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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