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이 나른하게 쏟아지는 서울의 강남거리. 퇴근 시간은 아직 멀었지만 도로는 벌써부터 숱한 자동차들로 북적거린다. 하지만 차들이 밀려도 여느 때처럼 짜증은 나지 않는다. 인터넷으로 최신 뉴스를 검색하고 동영상을 보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바로 이동형 초고속 인터넷서비스인 휴대인터넷(와이브로)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선물이다. KT는 오는 6월 와이브로 상용 서비스를 앞두고 현재 3,000명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서울 신촌, 강남구, 분당, 지하철 분당선에서 시범서비스를 진행중이다. 이동중인 차량에서 초고속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와이브로가 세계 최초다. 와이브로를 직접 사용해 보니 아직까지 시범서비스 단계라서 그런지 서비스 구역이 극히 제한적이고 끊김 현상도 잦았다. 하지만 최고 3Mbps에 가까운 다운로드 속도와 함께 시속 90km로 달리는 차 안에서도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력으로 느껴졌다. ◇끊김 현상 잦지만 속도는 양호=강남권에서 유일하게 시범서비스가 제공되는 강남의 중심가인 강남역에서 역삼역까지 차를 몰았다. 서초구와 송파구는 5월중 시범서비스에 들어간다. 테헤란로에 접어들 즈음 노트북에 연결된 PCMCIA 카드가 주변에 있는 와이브로 기지국의 전파를 자동으로 잡아 인터넷에 연결시켜준다. 한 인터넷 포털의 홈페이지를 열었더니 유선 초고속인터넷을 쓸 때와 다를 바 없이 빠른 속도로 창이 열렸다.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최신 뉴스와 함께 이메일을 검색해 봤다. 박지성 선수와 이승엽 선수의 활약상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실제 속도를 측정하기 위해 600MB의 대용량 파일을 다운로드해 보기로 했다. 다운로드 초기에는 속도가 2.5Mbps를 넘는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시범서비스 지역인 분당으로 가보기 위해 방향을 트는 순간 인터넷이 끊어졌다. 다운로드는 중단되고 한참동안 노트북은 와이브로 신호를 잡지 못했다. 서로 다른 와이브로 기지국 사이에서 전파가 끊어지지 않도록 지원하는 ‘핸드오버(handover)’가 아직은 안정화되지 못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료화 위해 커버리지 확대 및 품질 안정 필수=다시 몇 분을 달린 후 서울과 분당을 연결하는 고속도로에 들어서는 순간 신호가 다시 잡히기 시작했다. 최고 제한 속도인 90km까지 차를 몰았다. 간혹 다운로드의 속도가 떨어지거나 끊김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인터넷을 즐길 수 있었다. 분당에서도 역시 끊김 현상이 몇 번씩 반복됐다. 이따금 속도가 아주 떨어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와이브로가 유료 서비스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품질의 안정화가 급선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서울 강남과 성남시 분당을 연결하는 지하철 분당선(선릉~오리)에 몸에 실었다. 지하철은 유동인구가 많다는 점에서 주요한 와이브로 사용구간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지하철 구간의 경우 지상에 비해 끊김 현상이 더 많이 발생했다. 18개역 가운데 원활하게 와이브로를 사용할 수 있는 구간은 아직까지 그리 많지는 않았다. ◇지능형 맞춤서비스 등 킬러 콘텐츠 눈길=와이브로 서비스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와이브로 런처’를 통해 제공되는 킬러 콘텐츠다. 와이브로는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지능형 맞춤서비스인 ‘와이브로 익스프레스’를 비롯해 메신저(PTA) 및 다자간 화상통화가 가능한 ‘@Mint’, 동영상 전문 블로그인 ‘Mlog’과 웹 미디어(DMB) 등을 제공해 관심을 끌었다. 인트로모바일이 제작해 KT에 공급한 와이브로 익스프레스는 뉴스, 음악, 스포츠 등 다양한 정보를 사용자가 각자의 입맛에 맞게 화면에 배치할 수 있다. 유무선 연동 동영상 블로그인 Mlog는 사용자가 제작한 동영상을 업 로드해 여러 사람이 시청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시간 개인방송도 가능하다. 이동형 초고속인터넷이라는 와이브로의 특성을 잘 살린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KT는 상용화와 함께 쇼핑 등 전문 케이블 채널도 운영할 예정이다. 와이브로용 메신저 서비스인 PTA를 비롯해 다자간 화상채팅이 가능해 퀴즈풀이, 정보교환 등이 가능한 @Mint도 신규 서비스로서 이용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을 것으로 보인다. 와이브로는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수신기를 장착할 경우 쌍방향 DMB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웹 미디어 서비스도 구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