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5월 8일] 사람과 돈이 모이는 나라

전적으로 참여정부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경제의 이면을 살펴보면 사람과 돈이 모두 해외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역력했다는 사실에 이의를 달기 어렵다. 해마다 조기유학이 급증하는 것은 국내교육이 부실한데다 선진국의 월등한 학문 수준을 감안할 때 굳이 나무라기만 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국내의 기러기 아빠들이 허덕이며 키워온 고급인력이 나가기만 하고 돌아오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한국인 이공계 인력 4명 가운데 3명이 미국에 남겠다고 답변했다는 조사결과는 고급두뇌의 유출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서 측정한 두뇌유출지수(10점은 완전유입, 0점은 완전유출)를 보면 우리나라는 지난 1995년 7.53에서 2006년 4.91로 떨어져 고급 인재들이 대폭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이 기간 동안 두뇌유출 폭이 가장 컸던 나라였다. 유럽 평균 경제성장률보다 세 배나 웃돌아 부러움을 샀던 아일랜드의 두뇌유출지수가 1995년 2.62에서 2006년 8.41로 뛰어오른 것은 고급두뇌의 귀국과 그 나라의 경제성장이 얼마나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반면 동북아 허브다 경제자유구역이다 해서 엄청난 외자유치가 이뤄질 것처럼 요란했으나 정작 해외자본의 국내유치가 원활했던 것도 아니다. 지난해 외국자본의 국내투자는 105억달러에 그쳐 전년도보다 6.5%나 줄어들었으며 이 같은 감소세가 벌써 3년째나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더 이상 투자국으로서의 매력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셈이다. 외자기업이 우리나라에서 단물만 빼먹는다는 그릇된 정서와 불법파업과 공권력 투입이 반복되는 대립적 노사관계 등이 외국인 직접투자를 가로막고 있음은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고 최근의 일본처럼 해외로 나갔던 우리 기업들이 국내로 다시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외자의 필요성을 강조하다 보니 도리어 국내기업들은 갖가지 역차별을 당해왔으며 최근에 와서야 규제완화 차원에서 이를 고쳐나가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할 때 해외로 나갔던 국내기업이 역류한다는 소식이 아직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 인재와 자본이 모두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국내산업의 생산성이 높을 리가 없다. 모자라는 고급인력과 투자의 근저에는 무분별한 규제와 과도한 세금 등이 도사리고 있으며 이는 다시 낮은 생산성을 야기해 사람과 돈을 마르게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해가 바뀔수록 선진국과의 생산성 격차가 커지고 있는 서비스업의 경우 이미 지난해 200억달러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결국 서비스업의 총요소생산성을 높이려면 선진기법 도입을 촉진하기 위한 외자유입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외자유치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법인세의 파격적인 인하 등 기업하기 쉬운 환경을 조속히 실천에 옮겨야 국내자본이든 해외자본이든 우리에게 남아 있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이 OECD 회원국 가운데 비교적 낮은 수준이라고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비중이 2005년 기준 4.1%로 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하며 기업의 실질적인 세부담을 나타내는 영업이익 대비 법인세율도 근년 들어 급증해 경쟁국인 싱가포르나 대만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아울러 고급인력의 국가 간 이동이 갈수록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득세 최고세율의 하향 조정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사회보험 문제 등 선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지만 고급인력의 귀국을 유도하기 위해 이중국적 등도 전향적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다. 사람과 돈이 모이지 않는 나라는 더 이상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